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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향기 책 향기 가득한 쉼터’…광명 소하중학교 ‘서향각’

연면적 270㎡ , 책 2만4000권·열람좌석 100석 보유
학생·학부모·교사 소망 담긴 민주적 공간 탈바꿈
8명의 도서관 지킴이, 열정만큼이나 아이디어도 번뜩

 

소하중학교(교장 박영자) 도서관 '서향각'은 고풍적인 서가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현했다. 나무 향기, 책 향기가 가득하다. 이곳은 매일마다 학생들이 찾아오는 쉼터같은 공간이다.

 

경기도 광명시 소하1동에 위치한 소하중학교는 학생수가 1355명으로 도내에서도 손꼽히는 학급 규모를 자랑한다.

 

다수의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소하중은 본관 1층(입구 왼편)에 도서관을 마련했다. 연면적은 270㎡로 교실 3실과 복도를 합친 규모다. 학생들이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쉼터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소하중은 약 8000만원의 교육지원금과 2000만원의 학교 사업예산을 바탕으로 학교 도서관을 조성했다. 현재 서향각의 장서 수는 2만 3319권을, 열람좌석 수는 100석을 보유 중이다. 

 

◇ 색, 디자인 등 민주적 공간으로 탈바꿈한 '서향각'

 

지금의 서향각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1년이라는 리모델링 시간이 걸렸다.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오랜 기간이 소요된 이유는 준비단계인 도서관 공간 조성 설계 과정에서 모든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학부모·관계자(교사)로 구성된 TF팀을 꾸려 설계 의견을 수렴하기 전 백화점, 학교, 도서관 할 것 없이 공간 활용에 모범적인 도서관이라면 어디든지 방문해 의견과 아이디어를 얻고 끊임없이 상의했다. 

 

학생·학부모·관계자(교사) 등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해 도서관 공간을 조성하기란 쉽지 않았다. 설계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의견이 다양했고, 수렴까지 적지 않은 갈등도 있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그만두자는 의견까지 나왔지만, 학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민주적 공간을 조성했다.

 

이제 서향각은 소하중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까지 소중히 아끼는 장소가 됐다. 기획 초기부터 우려와 민주적 의지가 함께했기에, 서향각은 진정한 민주학교의 생명력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서향각은 학생이 주인임을 바탕으로 배움의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배움의 공간은 '배움을 위한 공간', '현실과 일상의 공간', '누구나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공간', '사용자와 관리자 모두에게 좋은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은 다양한 공간을 방문해 배움의 공간에 대한 사고의 틀을 넓히고 새로운 인사이트(통찰력)을 얻기 위해 누가·무엇을·어디서·어떻게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관찰할지 곰곰히 생각하고 배움을 얻는다. 최근에는 경기학교예술창작소와 수원 광교의 라이프스타일 빌리지 '앨리웨이 광교'를 방문한 뒤 각자 얻은 인사이트를 활용해 학교 공간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 공유하고 있다.

 

◇ 열정! 열정! 열정!…즐거움과 열정이 가득한 '서향각'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해요."

 

8명의 문학소녀들은 서향각의 도서부원이다. 도서부 회장인 김현아 양(15)을 중심으로 도서부원들은 저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생들은 홍보·운영·행사·청소 등 다양한 활동들을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며 서향각을 이끌어가고 있다. 

 

김미서(14) 양은 올해 도서부에 가입한 서향각의 '막내'이다. 미서 양은 평소 책에 흥미가 없었지만 도서부원인 친구들을 따라 서향각에 가입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책을 읽기에 아늑하게 조성된 도서관 환경과 친한 친구들, 친절한 선배 덕분에 멀게만 느껴졌던 독서가 어느덧 가깝게 느껴지고 있다. 

 

 

도서부원 최은우(14), 정해린(14), 이예지(14) 양은 도서관의 분위기 메이커를 맡고 있다. 도서관이라고 항상 정숙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때로는 말괄량이처럼 즐겁게 놀다가도, 도서부원으로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 어느덧 서향각의 핵심 멤버로서 때로는 친구처럼 혹은 선·후배처럼 다른 부서원들과 함께 도서관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주영(15), 박한별(15), 박희연(15) 양은 도서부의 맏언니로서 솔선수범하며 모범적인 모습으로 부원들을 이끌고 있다. 후배 부원들에게 재미있는 책을 추천하거나, 평소 독서가 어려워 도서관을 오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어떤 활동을 진행하면 좋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 도서부원 중 이들에게 도서와 관련해 안 물어봤던 학생이 없을 정도로 주영, 한별, 희연 양은 도서부의 기둥이다.

 

주영, 한별, 희연 양이 도서부원의 기둥이라면 김현아 양(15)은 '서향각'의 뿌리격이다. 현아 양은 도서부의 '회장'이라는 직함을 맡고 있지만 회장보다는 친구나 언니의 느낌과 가깝게 도서부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도서부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 현아 양을 꼽을 만큼 현아 양은 도서부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8명의 문학 소녀들은 각각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며 서향각이 어떤 곳인지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기도 한다. 열정만큼이나 아이디어도 번뜩인다. 평소 도서 행사에 관한 포스터를 직접 만들어 홍보하고, 행사의 주체로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이벤트나 행사 등을 진행하며 도서에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할로윈데이 행사', '서향각 약국', '도서실 포춘쿠키 행사' 등 매 행사가 열릴 때마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든 구성원이 앞장서서 도서관 행사를 알릴 수 있는 포스터 만들기에 열심히다.

 

행사만큼이나 신입 부원을 모집할 때도 도서부원들의 열정은 멈추지 않는다. 신입부원 모집은 '면접'을 통해 선출할 만큼 엄선한 방식으로 가입 절차가 진행된다. 인기만큼이나 많은 지원자가 몰려 한 명 한 명 면접을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즐거운 도서부 활동을 위한 부원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올해도 서향각은 봄의 꽃향기처럼 학생들의 활력과 웃음소리로 싱그러움이 가득 채워지고 있다. 

 

[ 경기신문 = 이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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