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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진주에 눈먼 남자의 최후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칼레드 호세이니의 첫 번째 장편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 소설 안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소설과 신화가 나온다. 소설 안의 소설과 신화 모두 아이러니를 그 자체다.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소년 아미르가 처음으로 쓴 소설은 마법의 잔을 발견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마법의 잔에 눈물을 흘리면 눈물이 진주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울려고 노력했다. 비록 가난해도 늘 즐겁게 살아온 남자였기에 눈물을 흘리기 쉽지 않았다. 그는 매일 슬퍼질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다 찾았다. 나날이 진주가 늘어갔지만 사내는 만족하지 못했다.

 

마침내 사내는 산더미처럼 쌓인 진주 옆에서 자신의 아내를 죽인 칼을 손에 든 채, 아내의 시체를 안고 하염없이 진주 눈물을 흘린다. 진주를 만드는 행운의 잔이 그의 삶에서 웃음을 완전히 빼앗아가고 끝내는 아내마저 살해하는 괴물을 만들고 말았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마법의 잔을 손에 넣은 남자의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이유는 요즘 우리 사회가 자꾸 겹쳐지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면 진주가 되는 마법의 잔처럼 남을 끔찍하게 욕하고 증오하면 세력을 얻고 성공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배려가 담긴 절제된 언어는 설 자리를 찾지 못한다.

 

언어는 인간 내면의 표현이다. 한 사람의 언어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 양식, 가치기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통해서 보람을 얻지 못하고 남을 거칠게 혐오하면 이익을 얻는 사회는 매우 불행하고 위험하다.

 

칼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안에 나오는 어린 소년은 어떻게 이런 아이러니 소설을 썼을까. 페르시아의 위대한 신화 『샤나메』에 나오는 로스탐과 소랍의 이야기를 읽고 쓴 것이었다. 페르시아어로 ‘샤’는 왕이고 ‘나메’는 책이다. 『샤나메』는 왕의 책이다. 왕과 신하는 어떻게 말하고 처신해야 하는지를 기록한 대서사시다. 『샤나메』에 나오는 페르시아의 영웅 로스탐이 전투에서 용맹스러운 어린 적에게 치명상을 입혔는데, 어린 적은 마지막 숨이 넘어가기 전에 그에게 이름을 묻는다. 어린 적의 손목에 찬 팔찌는 눈에 익숙한 것이었다. 오래전에 적진에 남기고 두고 온 아들을 위해 남겨준 팔찌였다.

 

작가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성장하면서 끔찍한 증오와 폭력뿐만 아니라 인간의 언어가 가진 무서운 파괴성을 누구보다 많이 들었을 것이다. 언어는 한 사회의 가꾸어가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한 사회를 파괴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절제와 품위를 잃은 언어, 그런 난폭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경계해야만 한다.

 

눈물로 얻는 영롱한 진주에 눈이 멀어 자신의 아내를 찌른 사내처럼 혐오가 가져다주는 달콤함에 빠져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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