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는 무대를 갈수록 대형화했는데, 이제는 무대 규모를 축소하거나 재사용 가능하게 제작하려 한다. 그저 소비하며 즐기기만 하던 축제에서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제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 관련 기사 : ‘환경·사회·투명경영’ 가치 품은 축제들이 온다)
대표 사례는 수원연극축제 ‘숲속의 파티’(5월20일~23일)와 의정부음악극축제(6월10~18일)다. 두 축제 모두 올해는 환경·사회·투명경영(ESG, Environmental·Social·Governance)을 전면에 내세웠다.
각각 ▲대형 무대 지양 ▲환경을 주제로 한 공연 및 설치 미술 ▲친환경 용지 팸플릿 사용 및 인쇄물 최소화 ▲폐목재 활용한 안내판 ▲경관조명 최소화 ▲ 다회용기 사용 등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축제를 모색한다.
의정부음악극축제은 한 발 더 나아가 협력감독으로 ‘환경예술감독’과 ‘지속가능성감독’을 위촉했다. 예술감독 1명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지 않고, 각 분야 전문가를 배치해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한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인수공통감염병인 코로나19가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동물과 사람 사이에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되는 전염병을 말한다.
그동안 기후변화는 폭염, 홍수, 한파 등 기상이변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의 영역으로 넘어왔고, 지금의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기후변화가 가속화할 수록 또다른 감염병 유행으로 이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의정부음악극축제 정헌영 지속가능성감독은 “코로나19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축제 시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푸드트럭도 많아지고, 마을 축제에서는 주민들이 집에서 용기를 가져오는 경우도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축제의 ESG 정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두 축제 외에도 여러 축제가 ESG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구호를 외치는 수준이거나 유행에 편승하는 정도다. 취재차 연락한 한 지역 축제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ESG’, ‘ESG’라고 하니 우리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조례를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축제를 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으면 애당초 축제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정 감독에 따르면, 유럽은 2010년대부터 ‘지속가능 이벤트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있어 행사 때마다 장소·환경·폐기물 등을 관리하도록 한다.
정 감독은 “우리나라도 조례 등을 통해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회용품 사용 금지 등 단발성 노력에 그치지 않고, 축제 자체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방안들이 계속해서 나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 경기신문 = 유연석·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