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마리 넘는 반려동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은 합법적인 동물 화장장(火葬場)이 한 곳도 없다.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으나 민원을 이유로 논의 대상에선 빠졌다. 경기신문은 두 번의 기획을 통해 인천의 동물장묘시설 실태를 확인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인천 반려동물 가구 20만 시대…더 외면할 수 없는 '화장장'
② "우리 00이와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 반려인구 늘어나는 인천, 작별은 경기도에서
지난해 통계청이 낸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천의 114만 7000가구 가운데 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기준 16.9%에 해당하는 19만 4000가구다.
19만 4000가구 가운데 개는 15만 2678(78.7%)가구, 고양이 4만 2486(21.9%)가구, 기타 7760(4%)다. 개와 고양이, 다른 동물을 함께 키우는 가정이 있어 합계는 100%를 넘는다.
숫자를 따져도 꾸준히 늘고 있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동물등록제 대상인 개는 2019년 6만 65마리에서 이듬해 1만 3817마리 늘어 7만 3873마리, 2021년에는 3만 2779마리 늘어 10만 6652마리가 등록됐다.
올해 4월 기준으로는 모두17만 8029마리로, 등록되지 않은 개와 등록 대상에서 제외된 고양이를 더하면 인천의 반려동물은 30만 마리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계양구 인구보다 많고, 연수구에 맛먹는 숫자다.
이렇게 인천의 반려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에 비해 합법 화장시설은 없어 시민들은 가족같은 반려동물과의 작별을 위해 경기도로 원정을 떠나고 있다.
◇ 반려동물의 장묘, 다른 지역은
반려동물 사체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자기 땅에 묻는 것도 불법이어서 합법적인 동물화장시설을 통하지 않는 이상 쓰레기(폐기물) 처지를 면치 못한다.
인천시는 지금까지 여러 법적인 문제를 들어 반려동물 화장시설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인가·학교에서 300m 떨어져야 하고,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배출허용기준을 맞춰야 한단 얘기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은 어떨까. 전북 임실군과 제주도의 사례를 보면 시가 주장하는 법적 문제는 해결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임실군은 지난해 오수면에 반려동물 안식처·장례식장·화장장 등을 갖춘 '오수 펫 추모공원'을 설립했다. 국내 1호 공공 장묘시설이다. 임실군은 이를 위해 조례까지 제정했다.
제주도는 2024년을 목표로 제주시 애월읍 어음2리에 동물장묘시설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임실군과 마찬가지로 동물보호 조례를 개정해 근거를 만들었다.
특히 임실군은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지원까지 받았다.
임실군과 제주도 관계자는 "동물장묘시설 설립과 관련해 법적인 문제보다 시민들의 민원이 더 힘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시는 민원이 무서워 어느 시정부에서도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 조건 갖춰도 허가 내주지 않는 인천, 결국 시가 나서야
현재 전국에서 동물을 합법적으로 화장(火葬)할 수 있는 시설은 52곳이다. 민간 51곳을, 전북 임실군이 1곳을 운영한다.
인천은 서구에 불법 화장시설을 갖춘 동물장묘업체 두 곳이 있다. 둘 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장묘업체 목록에 이름을 올렸지만, 장례업·봉안업만 등록됐을 뿐 화장업은 등록되지 않았다.
문제는 모두 화장업 허가 요건을 갖췄지만 민원을 이유로 서구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재 서구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법에 맞게 화장시설을 만들었지만 구는 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불안해하는 고객들에겐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을 것을 매번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는 "시설 요건을 갖춘 건 맞다"면서도 "허가 여부는 구가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이렇게 시민들이 불법시설을 이용하도록 내모는 상황을 해결하려면 결국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시는 시설관리공단을 통해 시립 화장시설 승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소협회 인천지부 관계자는 "반려동물 화장시설은 결국 사람을 위한 복지"라며 "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최태용 기자, 박지현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