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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노리는 검은 손…‘그루밍 성범죄’ 해결책은?

사제지간·메타버스 등 ‘그루밍 성범죄’ 잇따라 발생
“비판 능력 떨어지고 호감 갖게 만들어 벗어나기 어려워”
“강력한 처벌 보여줘야…적극적 학교 교육도 필요”

 

최근 청소년을 상대로 한 ‘길들이기(그루밍) 성범죄’ 잇따라 드러나며 가해자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경찰에 따르면, 대구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영어 교사 ㄱ씨가 학생 ㄴ군과 성관계 등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전날인 24일에는 공부방 선생 ㄷ씨가 미성년자 ㄹ군에 “사랑한다”, “결혼하자”, “테스트기를 썼는데 임신은 아니다” 등 문자를 보내고 교감(스킨십)을 요구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4월엔 확장 가상 세계(메타버스)에서 30대 ㅁ씨가 아동·청소년 11명에게 모바일 상품권 등을 선물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길들이기 성범죄는 사제지간뿐 아니라 관계, 성별, 장소를 불문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길들이기 성범죄가 ‘피해자의 나이가 어려 판단 능력이 떨어지거나’, ‘호감을 통해 유대를 구축’하는 등 ‘약점’을 이용한 범죄로, 더욱 엄중한 처벌만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7일 경기신문과의 통화에서 “비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게 특징”이라며 “일반적으로 당하는 대상이 나이가 어리거나 지적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는 등 사리분별과 합리적 판단이 떨어지는 경우를 그루밍이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라포 형성, 즉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갖게 만들기 때문에 벗어나기 어렵다”며 “대개 피해자는 아동·청소년처럼 약한 사람인데, 이런 약점을 이용해 나쁜 짓을 한다는 점에서 더 반윤리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길들이기 성범죄는 익히 알려진 ‘심리 지배(가스라이팅)’와도 차이가 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심리 지배는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처럼 가해자의 문제를 피해자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떠넘기는 행위이다. 반면 그루밍은 초기에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해주는 척하며 애착 형성을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두 용어가 ‘심리적 지배’가 적용된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가해자가 고의적·강압적으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완전히 통제된 상태에서 자신의 욕구를 성취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이 해결책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 교수는 “(길들이기 성범죄의) 특성 때문에 원천적으로 예방하긴 어렵고 엄벌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법적으로 예외를 두고 엄벌할 순 없겠으나 가해자의 직업에 대해서도 양형에 상당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루밍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입장인지 여부가 유무죄 판단에서도 깊게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교수도 “엄청난 위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 폭력을 해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더 강력한 처벌을 보여줘야 한다”며 “피해자가 성적 문제나 부당한 요구를 초기에 거절할 수 있는 적극적인 학교 교육과 전문가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라고 제시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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