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풍·집중호우로 지하주차장이 침수되고 이로 인한 인명사고가 반복되자, 특수한 상황에서의 안전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규정이 재정비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경상북도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 9명이 구조됐다. 이들은 전날 저녁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된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거세게 들이친 물에 잠겨 고립된 것으로 파악된다.
구조된 이들 중 2명은 생존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나머지 7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지하주차장 침수로 인한 피해와 인명사고는 지난달 8일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도 잇따랐다.
이날 안양·성남 등 경기남부지역 일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완전히 잠겼다. 서울 서초구에선 40대 남성 A씨가 강남빌딩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됐다가 3일 뒤인 11일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급류에 휩쓸려 지하주차장 안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현행법만 놓고 보면 지하주차장 침수와 관련해 실질적인 규정이 없어 반복되는 사고에도 손쓸 수 없는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지하 공간 침수 방지를 위한 수방 기준’을 통해 지하 공간에 차수판, 역류 방지 밸브, 배수 펌프 등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은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고 인정하는 지역’으로 한정된다. 과거 5년 이내 1회 이상 침수가 됐던 지역 중 동일한 피해가 예상되는 지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초구와 광진구는 신축 건물의 주차장 출입구 등에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했다곤 하지만, 벌칙 규정이 없고 구 내부 방침이라 사실상 권고 수준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태풍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의 안전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특히 ‘배수 펌프’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쏟아지는 물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7일 통화에서 “(배수 펌프 용량을) 평균 강수량 기준으로 하다 보니 폭우에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며 “최소 ‘연중 최대치’를 기준으로 용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이창우 교수도 포항 아파트를 언급하며 “지하에 배수펌프를 설치했지만 용량도 부족하고 내려오는 물이 너무 많아 그걸로 해결이 안된다”며 “위험을 대비할 땐 만약의 실패를 생각해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안전에 대한 개인 스스로의 관리와 노력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당초 태풍이나 폭우가 사전에 예보되는 만큼 특수한 상황에서는 차를 아예 지하에 주차하지 않는 인식과 지침이 생활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