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미국가 수리남 정부가 동명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 이미지 훼손을 이유로 법적 조치를 거론하면서 창작물의 ‘표현의 자유’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13일) 수리남 현지 매체 수리남 헤럴드에 따르면, 알베르트 람딘 수리남 외교·국제사업·국제협력부(BIBIS) 장관은 전날 드라마 ‘수리남’을 언급하며 “제작사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리남 정부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대사를 통해 항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드라마 ‘수리남’이 자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마약 범죄조직 두목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내용 전반에 수리남이 ‘마약 국가’로 묘사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람딘 장관은 “제작자의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한계도 있다”며 “우리는 (마약 운송 국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제 더 이상 마약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수리남’이 촉발한 ‘표현의 자유’ 갑론을박…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많은 범죄 드라마·영화 등 창작물들은 극의 현실성을 위해 실존하는 지역 이름이나 배경, 인물 등을 그대로 사용하곤 한다. 더불어 실제 모습과 극의 허구성에 차이가 있음을 명확히 알리기 위해 ‘재창작’된 작품임을 안내하고 있다.
넷플릭스에도 ‘수리남’이 시작되기 전 “본 작품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시리즈 내에서 묘사된 인물과 사건은 극적인 목적을 위해 재창조됐다”는 문구가 나온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는 창작물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일부 누리꾼들은 수리남 정부의 공식 항의 소식에 공감하며 ‘과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비쳤다.
이들은 마약 조직같이 부정적인 사건을 다룬 ‘수리남’이 다른 나라에서는 ‘Narco-Saints’(마약 성자들)로 번역됐는데, 한국에서만 실제 국가명으로 표기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실제 국가명을 사용하는 등 현실성을 강조하고 극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강한 묘사 등이 당사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이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거니와 작품은 창작의 영역이기에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줘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리남 측의 부정적인 반응을 이해는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 있어 보다 열린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민아 영화평론가(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15일 통화에서 “수리남 국민들이 불편한 건 이해가 되고 당연한 반응”이라며 “문화예술 발전의 과도기적 단계로 이해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정민아 평론가는 “표현의 자유가 약자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공격하는 방식으로 쓰이는 건 부당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억압이나 모순, 풍자나 현재에 대해 늘 말할 수 있게 계속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작품이) 상황을 아예 오도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시대적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덕현 평론가는 ‘수리남’이 2008~2009년 등 과거 시점에서 묘사된 만큼, 현재의 수리남 상황을 자막 등으로 알리는 배려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