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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대의 미디어 산책] 노란봉투법과 시대정신

 

9월 14일 기아차 임단협이 결렬됐다. 차 구매 시 30% 할인되는 퇴직자 평생사원증 제도가 75세로 제한된다는 점에 선임 노조원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참 끝없다. 16일에는 평균 연봉 1억 원의 금융노조가 파업했다. 임금인상과 주 4.5일 근무, 영업점 폐쇄 중단, 정년연장이 파업의 이유다. 파업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라디오 광고도 했다. 지점장의 연봉이 대략 1.5억을 상회한다. 대한민국 장관 연봉이 1.4억 선이다. 두 경우 다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사고로부터 유리되어 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노란봉투법을 9월 15일 발의했다. 이미 19,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이 다시 수정 발의됐다. 현행 노조법에는 합법적 쟁의행위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일명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은 불법이든 폭력, 파괴 파업이든 조합과 조합 임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측이 못한다는 말로 압축된다. 2020년 말까지 손배소 59건 중 58건이 민노총 사업장이다. 영국, 독일도 손배소가 가능하고 프랑스는 손배소금지법이 통과되었다가 헌법위원회의 위헌 판결로 무효화되었다.

 

CJ대한통운 파업 때 92%는 일하고 싶어 했고 8%만 참여했다. 소수가 절대다수를 제압, 택배망이 마비됐다. 대우조선 하청지회 파업 주동자는 116명이다. 대우조선 전체 협력업체 노동자는 10만 명 선이라 한다. 116명이 56일간 작업라인을 멈추게 했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대우조선 하청지회 소속 22년 차 용접공 월급이 207만 원이라며 최소한의 삶의 권리를 보장하자 했다. 맞는 말이다. 아마 대우조선 노조 22년 차 용접공의 월급여는 하청지회의 최소 2-3배는 될 것이다. 노사의 문제 외에 노노의 문제는 없는지 한번 생각해볼 시점이다. 노동시장 구조가 왜곡되어 정규직, 비정규직 간원 청과 하청 간의 구조적 차별 현상이 심화되어 있다. 대우조선노조도 민노총이고 대우조선하청지회도 민노총이다. 이미 대기업 민노총은 귀족노조, 기득권 세력이다. 양쪽 민노총끼리 임금 문제를 협의하면 어떨까? 말안되는 소리지만 이번 대우조선하청지회 파업의 시발점이 노동시장의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에도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전향적 논의는 쉽지 않다.

 

모든 시대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지배적 가치가 존재하고 헤겔은 이를 시대정신이라 불렀다. 시대정신의 발현으로 사회는 발전한다. 6-70년대는 산업화가 8-90년대는 민주화가 시대정신이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선진화와 복지국가다. 시대정신은 가야 할 방향이다. 노동시장의 구조개선은 선진화를 위해 해결할 과제다. 그러나 지금은 전태일의 시대가 아니다. 지속발전을 위해 미래산업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놓치면 그간 다져온 우리의 경쟁력은 무너진다. 일본은 잠시 혁신을 손 놨다가 우리에 추월당하기 일보직전이다. 말레이시아가 언제 우리 뒷목을 끌어당길지 모른다. 선진화 없이 복지 불가능하다. 

 

어차피 40%는 세상이 바뀌어도 민주당 지지 안 한다. 실제로 누구 편도 아닌 20%가 결정한다. 그 20%의 보편적 가치로부터 멀어지면 결코 집권할 수 없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잡아야 한다. 그것은 강성 지지자의 소망과는 다를 수 있다. 대통령이 격조 없는 언행을 거듭하고 민주당은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있다. 하늘은 청명한데 마음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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