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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당찬 소녀…기적 같은 ‘마틸다’

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마틸다’
어른들의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는 소녀 마틸다 이야기
2대 마틸다 임하윤·진연우·최은영·하신비 발탁
알파벳 블록, 그림자, 공중 그네 등 눈이 즐거운 무대 연출
내년 2월 26일까지, 서울 대성디큐브아트센터

 

“그 누구도 나 대신에 해주진 않지. 내 손으로 바꿔야지, 나의 얘기. 때론 너무 필요해 약간의 똘끼” - 곡 ‘노티(NAUGHTY)’ 중에서

 

라푼젤, 신데렐라, 성냥팔이 소녀, 로미오와 줄리엣…누군가가 구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살았던 동화 속 주인공들에게 ‘옳지 않다’고 외치는 당찬 아이. 어른들의 불공평함, 부당함에 맞서는 5살 천재 소녀 ‘마틸다’가 4년 만에 돌아왔다.

 

201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뮤지컬 ‘마틸다’는 로알드 달(Roald Dahl)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올리비에 어워즈(Olivier Awards)에서 베스트 뮤지컬 상 포함 7개 부문을 수상하며 역대 최다 수상의 기록을 세웠고,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토니상(Tony Awards) 4개 부문,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Drama Desk Award)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8년 아시아 최초, 비영어권 최초로 첫 선을 보여 17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부모에게 기적이고 특별한 존재라 불리며 자라는 대부분의 아이들의 신나는 합창으로 시작되는 무대. 하지만 마틸다는 태어날 때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만삭이 돼서야 병원을 찾고 마틸다를 낳자마자 아마추어 살사 대회에 가겠다는 철없는 엄마 ‘미세스 웜우드’, 달려 있어야 할 것(?)이 없다며 아이를 바꿔달라고 하는 아빠 ‘미스터 웜우드’에게 마틸다는 소중하지도 귀하지도 않은 존재이다.

 

시간이 흘러 “울 엄마는 내가 소름 끼친대, 울 아빠는 내가 토 쏠린대”라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5살의 마틸다. 책을 좋아하고, 생각을 하고, 옳은 말을 한다는 이유로 사랑받으며 크는 아이들과 달리 마틸다는 부모에게 온갖 정서적 학대를 받으며 살고 있다.

 

◇ 마틸다는 ‘결코 참지 않아’

 

돈에 눈이 멀어 외국인을 상대로 사기를 칠 생각만 하는 탐욕스러운 아빠에게 마틸다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다.

 

그는 텔레비전을 바라보며 넋이 나간 아들만을 예뻐할 뿐, 마틸다의 책을 찢고 도서관 방문 금지령을 내리는 등 마틸다를 괴롭히기 일쑤다.

 

하지만 ‘옳지 않아’를 외칠 만큼 똑 부러지는 마틸다는 아빠에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소소한 복수로 벌을 내린다. 아빠의 발모제에 염색약을 섞어 아빠를 잔디색 머리로 만들고, 이를 가리기 위해 모자를 쓰기 시작한 아빠의 중절모에 강력 접착제를 발라 놓는다.

 

 

또한, ‘애들은 구더기’라며 같은 반 친구들을 못살게 구는 ‘미스 트런치불’ 교장으로부터 기지를 발휘해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고,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그만해! 이 못 돼 처먹은 뚱땡아!”하고 용감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이 당찬 소녀에게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전 세계 협력 연출인 닉 애쉬튼은 “가사 ‘쬐끄맣고 힘이 별로 없다 해도 쬐금만 용기를 내면 할 수 있어’에서 ‘쬐끄맣고(little)’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직장, 사회나 가정의 지배구조에서 낮은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미 나에게 주어진 것을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운명이라는 것은 내가 개척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어른마저 눈물짓게 만드는 마법 같은 아이들

 

스스로 척 척 척, 마냥 씩씩할 것 같은 마틸다이지만 그래도 기댈 곳이 필요하다.

 

마틸다에게는 ‘도서관’이 그렇다. 학대를 일삼는 가정으로부터의 피난처이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언제나 환한 미소로 마틸다를 맞이해주는 사서 ‘미세스 펠프스’ 선생님이 있다.

 

마틸다는 펠프스에게 화목한 가정의 사랑받는 아이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선생님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사실일 수도 있고, 그런 아이였으면 하는 마틸다의 소망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됐든 5살 아이가 감내하기엔 무거운 현실이다.

 

이런 감성에 젖어들게 만드는 건 펠프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A4 1장 이상의 긴 독백도, 슬픔을 감추는 말투와 표정도 척척 해내는 마틸다의 주역들 때문이다.

 

‘마틸다’는 약 7개월 동안 3차에 걸쳐 진행된 심사를 통해 2대 마틸다로 임하윤(9), 진연우(11), 최은영(10), 하신비(9)를 선발했다. 이후 발음 교정, 노래, 안무 등 15주간의 연습기간을 가져 아이들은 진정한 마틸다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앞서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트런치불 교장 역의 최재림은 “하나같이 언변이 뛰어나고 이야기의 강약조절을 잘하는 마법 같은 아이들”이라고 마틸다 4인을 칭찬했으며, 미세스 웜우드 역의 최정원은 “아역배우들의 에너지가 저를 뜨겁게 만들어 준다”고 전했다.

 

마틸다의 같은 반 친구들로는 주현준, 이충현, 김주혁, 박소후(브루스 역), 정아인, 강단아(라벤더 역), 은시우, 나다움(토미 역), 박신유, 정혜람(앨리스 역), 성주환, 임동빈(나이젤 역), 박민솔, 정은서(아만다 역), 이서준, 김승주(에릭 역) 등 아역이 함께해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160분…동화 같은 무대

 

아역들이 주인공인 만큼 어린이 관객이 많은 ‘마틸다’. 비교적 집중 시간이 짧은 아이들이 160분을 꿈쩍 않고 관람할 수 있는 데에는 동화 같은 무대가 한몫한다.

 

젠가(Jenga)처럼 쌓여 있는 알파벳 블록으로 꾸며진 무대는 학교, 도서관이라는 장소와 잘 어우러진다. 책 읽기 좋아하는 마틸다의 성격도 고스란히 담긴 듯하다.

 

책이 가득한 도서관에서는 마틸다가 상상의 이야기를 펼치면서 그림자를 활용한 장치를 선보인다.

 

입학 전 교문을 상징하는 철문에 알파벳 A부터 Z까지 가사에 쓴 ‘스쿨송(School Song)’을 부르며 테트리스를 하듯이 블록을 맞춰간다. 또한 학교에서는 칠판과 책걸상의 배치를 바꿔가며 변화를 주고, 뜀틀과 매트로 트런치불의 표독함이 드러나는 체육 시간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객석 위를 넘나드는 공중 그네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당함에 맞서는 작지만 당찬 소녀 마틸다의 이야기는 서울 대성디큐브아트센터에서 내년 2월 26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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