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이후 정부·지자체장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연이어 도마 위에 오르며 ‘소통 감수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관련 야권의 사퇴 압박이 높아지자, 지난 1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냐”라고 답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듣기 민망할 정도를 넘어서 우리 국민들로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망언”이라 비난하며 이 장관의 파면을 요구했다.
앞서 이 장관은 참사 직후인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는 발언으로도 논란을 빚었다.
또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달 31일 참사 관련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했다”며 “이건 축제가 아니고 하나의 현상”이라 규정해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의 사과 방식도 화를 키웠다. ‘죄송하다’와 같은 직접적인 사과가 아닌, 간접적이고 소극적인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폼 나게 사표’ 발언에 대해 14일 “기자가 사전에 인터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서 기사화될 것을 몰랐다. 근황을 묻는 안부 문자라 생각하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7일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 관련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 밝혔고, 박 청장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뒤 “마음의 책임”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유현재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15일 경기신문과의 통화에서 ‘소통 감수성’과 ‘역지사지’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맥락의 문화, 하이 콘텍스트 컬쳐(High Context Culture·고맥락 문화)”라며 “우리 말이 다른 외국어와 가장 다른 점은 말 한마디로 큰 일이 좌우된다는 건데, 지금은 소통의 역할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통 감수성이 떨어져 계속 이런 (말)실수를 반복하게 되면 결국 정책 효용성이 낮아진다”며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과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언어학자인 이창봉 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교수는 “자극적이고 매우 전투적인, 비건설적 언어와 표현들이 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어는 우리의 사고와 태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쓰는 언어 속 투영된 정치인의 권위적인 태도와 같은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서로 존중하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나오는 언어들이 진정성 있게 발달하는 성숙한 정치 문화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국민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