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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지구를 향한 시인의 따뜻한 통찰

[신간]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 김종경 / 별꽃 / 127쪽 / 1만 2000원

 

‘용인문학’, ‘용인신문’의 발행인이자 2008년 계간 ‘불교문예’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종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가 출간됐다.

 

김 시인은 현대인이 처한 ‘변방’에 주목하면서도 결코 절망하거나 항복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인간성 회복에 주목한다.

 

이번 시집에서도 변방을 다루는 시인의 통찰이 드러나지만, 첫 시집에서 보여 줬던 우리 시대의 현실주의에 뿌리를 둔 시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현대인의 유목성, 생태 위기, 사회 부조리, 소외 계층 등 암울한 변방 세계를 통해 우리 시대가 처한 아픈 자화상을 비춘다.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로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사이 길목에 놓인 사물(현상)의 시원으로 확장시킨다.

 

‘혹여, 그곳에서 또다시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열차를 만나면 종말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라도 좋으니 그와 함께 올라탈 거야 그리고 아무도 없는 정거장에서 무작정 뛰어내려 직립보행을 멈춘 후 평생 네발로 사는 거지’ (‘잃어버린 시간’ 중에서)

 

김 시인은 카메라 렌즈 속에 포착되는 생명체를 슬프고 아름답게 담아내는 특유의 시선을 가졌다. 자연의 휘두르는 인간 탐욕의 가혹한 진실과 물질문명의 적나라한 파괴성 등을 생명 회복에 대한 염원으로 그려낸다.

 

또한 생태계 위기와 인간 위기를 동시에 꼬집어 지구촌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기도 하다. 꺼져가는 생명의 온전한 귀향과 명복을 비는 글들은 긴 여운으로 남는다.

 

‘숲속 오솔길이 사라지자 소리보다 빠른 자동차 길들이 또 다른 세상의 문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삶과 죽음의 경계일 줄이야 길 잃은 고라니와 짐승들이 차례차례 불빛 속으로 뛰어들던 밤, 나도 아득한 절벽 아래로 한없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혼돈의 밤-천만 마리를 위한 진혼곡-’ 중에서)

 

고은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석양 머리 종경의 시편을 읽는다. 마침 시 속에서 노을은 거대한 ‘빛의 유족’으로 남는다. 융숭 깊은 은유가 아무렇지 않게 무명(無名)의 평범으로 그려진다. 화자의 대상은 이제 불가결의 대상이 돼 화자를 이끌어 간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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