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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전시 ‘사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2만 3283점 모아 기획
‘조화’, ‘자연’, ‘향수’, ‘순환’, ‘또 하나의 계절’ 다섯가지 섹션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 인생에 사계가 있다면 전시에도 인생의 아름다움이 있다. 전시를 보다보면 개성이 강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비발디의 사계처럼 아름다운 화음을 이뤄 눈에 들어온다.

 

2021년 4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수집했던 문화재 및 미술품 2만 3283점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지역미술관 등에 기증됐다.

 

경기도미술관은 이 중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

 

이건희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 에선 총 41명 작가의 90여 작품을 볼 수 있다.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등 한국근현대미술이 총망라됐다.

 

전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특징에서 하나씩 요소를 찾아 자연, 계절감, 시간성 등 요소를 확장해 ‘조화’, ‘자연’, ‘향수’, ‘순환’ 등 추상적인 개념으로 분류했다.

 

특히 이건희컬렉션에 포함된 소수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또 하나의 계절’로 구성해, 한국 근현대미술의 남성 중심 화단에서 각자의 예술 세계를 이룩해 낸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전시는 ‘새로운 계절’, ‘자연으로부터’, ‘또 하나의 계절’, ‘향수의 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새로운 계절 섹션’에선 새로운 길을 찾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1920년대는 서양화가 들어와 새로운 화풍을 띄기 시작한 시기다. 이종우, 구본웅, 이인성 등은 서양화를 들여와 우리나라의 전통 기법과 혼합해 기술을 체화시켰다.

 

1920년대뿐만 아니라 근현대미술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 함께 전시됐다. 미디어 아트와 동양적 성찰을 조화 시킨 백남준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TV 속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처의 모습은 엄숙하고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 번째 계절 ‘자연으로부터’에선 대담하면서도 색채가 강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유영국은 작품에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용기와 건강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오지호의 여수항 풍경 역시 투박한 아크릴의 표현으로 삶의 힘이 느껴졌다. 강요배의 황파는 산수화처럼 신비한 기운을 뿜어낸다.

 

여름의 생명력을 나타내는 자연은 예술가들에게 끝없는 영감을 주었다.

 

이상범, 노수현, 변관식 등은 전통 회화를 계승하는 동시에 근대적 화법으로 한국의 산수를 그렸다.

 

정물을 고전주의 화풍으로 표현한 도상봉, 한국적 풍토에 맞는 인상주의 미술을 구현한 오지호는 자연을 소재고 독자적 화법을 찾았다.

 

 

경기도미술관이 준비한 ‘또 하나의 계절’은 남성 화가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여성 화가의 작품들을 모아 전시했다.

 

나혜석, 천경자 등 여성 화가들의 열악한 환경에서 그림을 그리려는 노력을 한데 모아 부각시켰다. 여자 같기도 하고 남자 같기도, 외국인 같기도 한 나혜석의 자화상은 정체성 확립을 중요시 한 나혜석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향수의 계절’에선 분단으로 인한 작가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색채와 구성으로 표현한 윤중식, 일상의 인물과 풍경을 작가 고유의 화법으로 담아낸 박수근, 이중섭과 같이 인고의 시기를 견딘 작가들의 작품들이 자아내는 심상은 향수 그 자체다.

 

순환을 상징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섹션에선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는 예술가들의 성찰을 나타냈다. 문인적 수행의 과정으로 화면을 채운 김환기가 대표적이다.

 

곽인식은 특히 물성 실험 끝에 단색조의 색점 화면에 이른다. 쌀을 이용해 색점이 되는 작품으로 아른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외에도 김경, 김영주 등 작가들은 정제된 혹은 추상적으로 환원된 형태의 작품들을 통해 성찰의 계절의 마주할 수 있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 관장은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누구나 사랑하는 미술관이 됐으면 좋겠다”며 “결국은 모두에게 미술의 힘을 알려주는 일로, 이건희 컬렉션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8월 20일까지 볼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해야 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에서 예약 가능하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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