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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가의 삶 … 뮤지컬 ‘라흐 헤스트’

이상과 김환기의 아내였던 김향안 이야기
9월 3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아(Les gens partent mais l’art reste)”

 

변동림이 김환기의 아내가 되기로 결심한 뒤 심정을 읊은 말이다.

 

변동림은 이상과 사별한 이후 예술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이 힘든 결정임을 알고 각오를 다졌다. 쓸쓸하고 찬란한 순간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이 예술가의 아내임을 알고 있지만 다시 한 번 그 길을 간다.

 

창작 뮤지컬 ‘라흐헤스트(L’art reste)’는 첫번째 남편이 시인 이상, 두번째 남편이 화가 김환기였던 수필가이자 서양화가 김향안(본명 변동림)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제목 '라흐헤스트(L'art reste)'는 프랑스어로 '예술은 남다'라는 뜻으로, 김향안이 남긴 말인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에서 비롯됐다.

 

경성의 모던걸이었던 변동림은 낙랑파라에서 이상과 처음 만난다. 책을 좋아했던 그녀는 이상과 문학 작품을 논하길 좋아했다. 가방 하나 들고 그와 결혼한 그녀는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이상은 결혼 3개월 만에 동경에서 자신의 글을 쓰겠다며 떠난다.

 

혼자 남겨진 그녀는 힘들지만 예술가의 길을 가는 이상을 묵묵히 응원한다. 자신과 함께하자던 이상이 자신을 떠날 때도 글 속에 갇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놔준다.

 

이상은 일본에서 불령선인으로 찍히고 폐결핵에 걸려 작품 ‘종생기’를 남기고 죽는다. 동림은 그의 유해를 들고 슬퍼하며 그의 글자를 지키겠다고 말한다.

 

극은 동림이 김환기의 아내인 향안과 만나는 장면으로 교차된다. 향안은 과거 자신을 위로하는 역할로 나오는데, 자신과의 대화는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가 되며 과거를 위로하는 시간이 된다. 향안은 동림에게 생각보다 동림은 강한 아이였다며 위로하고, 동림은 향안에게 앞으로 나아가 생을 살라고 전한다.

 

김환기와 만난 동림은 향안이 된다. 그의 고백을 받은 동림은 또다시 예술가의 아내가 되는 것을 고민하지만, 그의 진심어린 고백을 받아들인다.

 

‘이래도 될까?’ 고민하지만 이상이 그랬던 것처럼 김환기와 같이 걸으며 편지를 기다리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에 새 길을 간다.

 

동림은 김환기에게 그의 아호였던 ‘향안’을 달라고 한다. 향안이 된 동림은 마음을 열고 그와 새 삶을 산다.

 

김환기에게 향안은 든든한 지지자이자 예술적 동지가 된다. 그의 그림 세계를 알아보고 끝까지 응원해준 그녀가 있었기에 김환기는 파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자신의 그림과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향안은 김환기를 위해 파리 아틀리에를 빌리고 그 자신도 미술 평론을 공부한다.

 

예술을 사랑하고 그의 그림 세계를 이해하고 조력하는 등 향안의 자세는 김환기의 예술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그의 뮤즈가 된 향안은 그가 죽고 나자 ‘왠지 남겨진 그림에게 미안해’라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림은 자신의 색을 입게 되고 그녀는 빛깔들을 지키기로 마음먹는다.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김환기의 예술세계는 향안을 만나 완성된다. 그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향안은 그를 지키는 후원자가 된다.

 

그들의 사랑은 예술가를 사랑하는 한 예술가의 도움으로 완성된다. 동림이 두 예술가와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한 여자가 아닌 예술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이해했던 ‘예술가’였기 때문이 아닐까. 예술은 남는다(라흐 헤스트).

 

동림 역에 임찬민, 김주연, 김이후, 이상 역에 진태화, 안지환, 임진섭이 출연하며 향안 역에 이지숙, 최수진, 제이민, 환기 역에 김종구, 윤석원, 박영수가 출연한다.

 

두 천재 예술가가 사랑한 동림의 이야기는 9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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