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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불안을 위로하다…전시 ‘불발이 연속된 시간’

모두 다 총을 쏘는데 쏘지 않은 사람 주제
20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해체된 사물의 조형이 빛을 받아 그림자를 형성한다. 푸른색으로 해체된 조형은 종이와 핀으로 구성돼 있다. 그림자는 거리에 따라 크게 보이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불안과 괴물 등을 표현했다.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2023 성남청년작가전2가 열렸다. 정은별 작가의 ‘불발이 연속된 시간’이다. 성남에 거주하는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전시로, 정은별 작가의 작품 21점이 전시됐다.

 

전시는 모두 다 총을 쏘는데, 쏘지 않은 한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혼자 총을 쏘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쏘지 않은 파랑이 작가를 따라다니며 괴롭혔고, 파랑은 파란 사물마다 따라다니며 그를 쉽게 놔주지 않았다.

 

쏘지 않은 파랑은 파란 사물을 해체시켰다. 파란 가위와 실, 헤어드라이기, 도자기, 쓰레받기 등을 해체시켰다. 파란색 사물을 수집하면 불안이 줄어들까 했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고 벽이 되어 그를 가뒀다.

 

 

‘사물의 바다’는 그 불안이 모여 바다가 된 것을 표현했다. 작가는 사물의 바다를 보며 자신을 가둬버린 벽에서 벗어나 숨을 쉬었다. 불안은 시야를 좁게 만들고 불안을 야기하는 대상을 더 잘 보이게 만든다. 사물들의 바다는 시야를 잠시 트이게 만든다.

 

‘증발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을 수채화로 그린 뒤 실로 엮어 만든 작품이다. 사람의 여러 형태를 자세하게 묘사한 그림이 아닌 순간을 포착해 그렸다. 몇 번의 붓 칠로 남은 그림들은 증발해가는 형태를 표현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다수와 다른 행동을 할 때 불안을 느낀다. 불안을 파란색에 투영하고 대상을 해체하는 등 작가의 다양한 예술적 실험은 질서의 재정립 등 사회적 관습이나 신념과 같은 보편적 기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요구한다.

 

정은별 작가의 작업이 사회에 대한 저항이 아닌 위로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난폭하게 화면을 채우기보다 그림자를 통한 유연하고 서정적인 표현을 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나만 다르다는 불안을 해체와 재정립을 통한 숨, 여유로 극복한다.

 

 

정은별 작가는 성남문화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남들과 같은 행동을 하지 못했을 때 변화하는 감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했다”며 “일상에서 ‘보기 좋아 보이는’ 상황들이 견고해 보이지만 사실 얼마나 아슬아슬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 ‘불발이 연속된 시간’은 오는 20일까지 계속된다. 관람시간은 매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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