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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처절한 겨울나기

수원시 지동거주 폐암말기 50代 장애아들과 외로운 투병

"병마도 힘겨운데 냉골방에서 겨울을 나야 하니 막막합니다"
2년전만해도 건설현장에서 막일을 하며 정신지체 아들과 단둘이 평범하게 살아가던 육문영(57.수원시 팔달구 지동)씨.
달동네에 살면서도 남한테 신세지기 싫어하고 깔끔한 성격으로 소문났던 육씨에게 이번 겨울은 그야말로 가혹하다.
2년전부터 잦은 구토와 현기증 등 병세가 악화돼 지난주 어렵사리 병원에 들른 그는 의사로부터 온몸에 이미 종양이 퍼져 수술도 불가능한 폐암말기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게다가 지난 7월 전기누전으로 30년 가까이 살았던 집이 대부분 불에 타 잿더미속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다.
특히 재래 가옥이라 화재 보상은 커녕 5개월째 전기조차 안들어오고 얼음장같은 집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 판국이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동사무소에 집을 고쳐달라고 수 차례 요구했으나 이조차 감감소식이다.
인근 주민 박모(68) 할머니는 "지난 여름 동사무소에서 집을 고쳐준다고 약속하더니 지금은 돈이 없다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육씨에게 사회복지사라도 매일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박 할머니는 "단 하루라도 육씨가 따뜻한 집에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안쓰러워했다.
주민 안모(59)씨는 "연말만 되면 멀쩡한 보도블럭 바꾸는데 수억원씩 쓰면서 이런 불쌍한 사람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행정당국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이후 육씨는 며칠째 끼니마저 거르면서 그나마 움직일 기력이 없어 암흑같은 움막집에서 하루하루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가정불화로 아내와 큰딸, 막내 아들이 10여년전 잇따라 집을 나가 죽음을 앞둔 그의 곁에 남아 있는 건 중학교때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장애 아들(29)뿐이다.
육씨는 "통증과 추위를 견디려니 너무 고통스럽다"며 "그나마 자주 와서 돌봐주는 이웃들이 고마울 뿐이다"고 울먹였다.
이덕재 지동 동장은 "모 방송사와 봉사단체에서 집을 고쳐주려 했으나 골목길이 워낙 좁고 화성(華城) 부근이라 건축제한 때문에 무산됐다"며 "지금으로서는 육씨를 위기빈곤가정 대상으로 정해 시.구청에 의료비 지원을 요구하는 길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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