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가 홀로 낳은 아기에 대해 친부에게도 책임이 부여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 20대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A씨는 출생 신고를 하면 주변에 알려지고 짐이 될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며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대전에서 낳은 아기를 출산 36일 만에 살해하고 유기한 ‘유령 영아’ 사건의 피의자이다.
그는 사귀던 남자친구 B씨 사이에서 아기를 임신했지만 이 사실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B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헤어졌고 결국 홀로 아기를 낳아야 했다.
결국 B씨는 아기 살해 과정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고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없어 특별한 조사도 받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B씨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없는 이유를 여전히 ‘아기는 친모 책임’이라는 인식이 남아 관련 법규가 제정되지 않아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미혼모는 “실수이든 고의이든 아기가 탄생한 과정에 남, 녀 모두 동참했는데 A씨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B씨는 임신 과정에서 피임에 대한 어떠한 노력도 들이지 않았는데 임신 가능성을 몰랐다고 치부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유령 영아’ 사건은 친부가 아기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갖지 않는 현 제도로 인해 발생한 사태”라며 “국가가 미혼모에게만 책임을 묻는 현 제도가 개선돼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혼모가 낳은 아이의 생명을 지키려면 친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성 고정관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민정 한국미혼가족협회 대표는 “국내 인식이 아직 남성에게 과대한 부분이 많아 친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 제정에 대한 움직임이 미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성 고정관념을 바꿔나가면 아기의 친부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사회적 제도가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