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의 일생을 다룬 뮤지컬이 관객을 만나고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내딸로 태어나 프랑스 루이 16세와 혼인한 후 프랑스 혁명 당시 단두대에서 처형당할 때까지의 삶을 그리고 있다. 파탄 난 프랑스 재정과 사치스러운 왕비라는 프레임, 음모와 조작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과정을 조명한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2014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돼 10주년을 맞았다. 2019년, 2021년 시즌을 마치고 네 번째 시즌으로 이번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랜드 피날레 공연이다. 뮤지컬계의 거장 콤비로 불리는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제작했다.
극은 거대한 프랑스 국기를 배경으로 단두대가 등장하며 시작한다. 날카로운 칼날이 밑으로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내는 단두대는 프랑스 혁명의 흥분, 분노, 열망, 냉혹함을 전달한다. 14세에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온 소녀 마리 앙투아네트와 대비해 비극적인 삶을 예고한다.
무도회가 열리던 어느 날 무도회장에 난입한 빈민 ‘마그리드 아르노’는 흉작으로 인해 배고픔에 굶주렸던 국민들을 위해 빵을 훔친다. 자리에 있던 귀족들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며 그를 조롱하고 이에 프랑스 왕실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커진다. 비난과 악성 소문을 이용하는 자들은 이를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처럼 꾸며 퍼뜨린다.
그녀를 모함하는 ‘오를레앙 공작’, ‘자크 에베르’ 등의 세력은 거짓 이야기와 음모로 국민을 선동했고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치와 타락의 원흉’으로 몰고 갔다. 특히 루이 15세의 왕비 뒤바리 백작을 위해 만들어졌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마리 앙투아네트가 산 것처럼 꾸미며 사기극을 벌였다. 이를 심판하기 위한 재판 과정에서도 왕과 왕비에 대한 모함은 확대 재생산됐다.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왕족으로 태어난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현실에 무지했고 파탄 난 재정으로 인한 국민의 분노의 화살은 그녀를 향했다. 자애롭고 착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인간성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사형 선고를 받던 날 아들 샤를을 겁탈했다는 치욕적인 근친상간 혐의를 받게 된다.
국민들을 죽일 수 없다며 베르사유 습격 당시 자신의 군대를 돌린 루이 16세는 정치에 소극적이었고 무능함의 상징이 됐다. 파리 망명 때엔 아들에게 장난감을 만들어주며 아버지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으나 1793년 1월 21일 처형된다. 마리 앙투아네트도 그해 10월 단두대에서 처형된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감시하며 그녀에게 연민을 가졌던 ‘마그리드 아르노’와 그녀의 연인 ‘페르젠’은 그녀의 죽음을 슬퍼했고 그녀의 존엄을 지키려 했다. 사형선고를 받고 하루 만에 하얗게 샌 머리를 한 마리 앙투아네트는 국민의 분노와 적개심 앞에 거짓과 모함, 오명으로 죽게 된다.
360도 회전무대가 장중한 역사의 흐름을 구현했으며 로코코 시대를 옮겨놓은 듯한 화려한 가발과 의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프랑스 혁명 당시 빈민의 처참했던 모습을 재현하며 그들의 분노 역시 전달한다. ‘우리가 꿈꾸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5월 26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