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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

마이너리그 인생을 위트와 유머로 그린 단편 수록

"내 작품 속 인물들, 노숙을 하고 보험사기를 치고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험한 눈길을 걷고--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생의 절정에 다다른 변방의 마이너리그 인생들에게 눈길이 간다"
2000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지우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창비 간)를 제목으로 한 단편소설에는 그의 등단작 '눈길'을 비롯해 일곱 편의 소설로 이뤄져 있는데 결핍의 상황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하찮은(?) 사람들과 그들 삶의 현장을 통찰력있게 포착해 때로는 날카롭고 신랄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묘사하는데 일상이 무너지는 비정한 순간을 경쾌한 이야기로 펼쳐 보인다.
소설가 현기영은 이번 책에 대해 "다른 여성작가들에게서 흔치않은 특징이 있는데, 위트와 유머의 능란한 구사가 바로 그것"이라면서 "진지한 소설은 실패하기 쉽다는 징크스를 발랄하게 극복해냈다"고 그녀의 탁월한 솜씨를 평가했다.
책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삶의 현장에 밀착해 재치있게 세태를 그려낸 작품으로는 '디데이 전날'과 '그 사흘의 남자'를 꼽을 수 있다.
IMF로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디데이 전날'은 자해공갈단의 일상에 대한 빼어난 묘사를 보여주는데 파산한 사람들의 이력, 자해공갈단과 병원 사이의 은밀한 관계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또 빚더미에 눌려 허우적거리는 여자가 등장하는 '그 사흘의 남자'는 현재의 풍속도 가운데 하나인 노래방 문화와 거기서 마주치는 사람들간 관계를 실감있게 그려냈다.
그의 등단작인 '눈길'은 경제적 결핍과 범죄의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 출구가 막힌 상황을 토속어의 활달한 구사와 위트있는 솜씨로 처리해 그의 특장을 잘 살렸다.
이밖에도 표제작인 '나는 날개를--'이나 '물고기들의 집' '해피 버스테이 투 유' '댄싱 퀸' 등 수록작품 속에는 일상의 경계 밖으로 몰린 개인들과 후미진 곳을 외면하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온전히 담겨있다.
김지우는 작가 후기에서 자신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한 소외된 인생들에게 눈길을 거두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듯 말했다.
232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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