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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과 소망을 수놓다…‘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조선시대 후기부터 현대까지 자수의 역사 총 망라해 병풍, 의복 등 170여 점 전시
일본 유학생들의 수작, 이화여자대학교 자수과 1회 졸업생들의 작품 등 화려
8월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바늘과 실로 화려하고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자수는 수 천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수는 흔히 ‘전통자수’를 일컫고 19세기 말-20세기 초 제작된 자수들은 ‘규방공예’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항, 근대화, 식민, 전쟁, 분단, 산업화, 세계화라는 역사 속에서 자수는 우리나라 여인들의 영혼을 잇는 매개체가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우리나라 근현대 자수의 역사를 총 망라한 전시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이 열리고 있다. 조선시대 후기부터 현대까지 궁궐 내 수방과 개인의 작품 170여 점을 전시한다. 참여 작가는 김인숙, 김혜경, 이신자, 정영양, 한상수 등 40여 명이다.

 

전시는 1층과 2층, 총 4개의 전시실에서 ‘1.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 ‘2. 그림 갓흔 자수’, ‘3. 우주를 수건(繡巾)삼아’, ‘4.전통미(傳統美)의 현대화’로 이어진다.

 

 

‘1.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에서는 19세기 말 조선시대 후기의 일상용품을 장식하는 생활자수, 의복을 장식하는 복식자수, 공양을 목적으로 제작된 수불(繡佛), 병풍 등을 전시한다. 전통가옥의 한 벽면을 장식했던 병풍은 산수, 화조영모, 장생, 수복, 감계등의 주제로 가문의 안녕과 번영을 빌었고, 수방 소속 궁녀와 민간 여성들은 기품과 대중의 감정을 드러냈다.

 

 

‘자수 준이종정도 병풍’은 19세기 말 명성황후를 배출한 민씨 집안에서 제작됐다고 전해지며 청나라 연구서 ‘금석색(金石索)’의 이미지와 텍스트로 제사에 사용된 제기들을 그리고 있다. 금색 명주실과 남청색 안료, 공단 등 고가의 재료들로 섬세하고 빼곡하게 수놓아진 자수들로 볼 때 궁정의 후원을 받은 전문 장인들이 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2. 그림 갓흔 자수’에서는 ‘교육’과 ‘전시’를 통해 ‘미술공예’로 거듭난 자수를 살펴본다. 할머니와 어머니로 전해지던 자수는 공적 영역으로 확대돼 여성교육의 핵심으로 부각됐다. 우리나라의 많은 양반집 여성 자제들은 일본으로 유학을 가 자수를 공부했고, 도쿄의 ‘여자미술전문학교(현 여자미술대학) 자수과 출신 여성들은 유학 후 교편을 잡았다.

 

 

1914년 제작된 사립여자미술학교생 공동 제작 ‘자수 공작도 가리개’는 이 시대 유학생들의 자수 결정체를 보여주며 정교하고 사실적이며 탐스럽고 윤이 나는 자수는 신부의 베일을 보는 것처럼 우아한 자태를 보여준다. 1939년 숙명여고보생 학생들이 3년에 걸쳐 공동제작한 ‘등꽃 아래 공작’ 역시 교사 이영일의 지도 아래 자수는 탐스럽고 화려한 모습을 띠고 있다.

 

 

‘3. 우주를 수건(繡巾) 삼아’에서는 아카데미 안팎에서 진행된 현대공예로서 자수의 면모를 살핀다. 광복 후 1945년 이화여자대학교에는 자수과가 설치됐는데, 국내 미술대학 내 최초이자 유일의 자수 전공으로 학술로서 연구가 시작됐다. 1950년대 이후에 자수에 반영된 추상형식도 볼 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자수과 1회 졸업생인 김혜경(1928-2006)의 졸업작품 ‘정야(靜夜)’가 대표적으로 화롯불에 반사된 인물의 얼굴, 옷의 색깔을 다르게 해 입체감과 음영을 넣었다. 같은 졸업생 김인숙의 ‘다람쥐’ 역시 실을 꼬아 질감을 표현하고 염색한 실을 이용한 광택으로 수작으로 꼽힌다.

 

‘4. 전통미(傳統美)의 현대화’에서는 근대화, 산업화 시대에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산업공예, 보존·계승해야 할 전통공예로 부상한 자수를 살펴본다. 수출용, 혼수 및 예단용, 기념용품, 장식용 등 여성들과 장인들의 손에서 태어난 현대적 자수들, 1970년대 세워진 한국자수박물관과 소장품 등의 연구 결과가 전시된다.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한상수의 ‘궁중자수 모란도 병풍’ 등은 1970년대 최고의 혼수용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조선시대 궁에서 의례에 쓰였던 의장용 궁중 진채화 병풍을 밑그림으로 삼아 6폭에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과 장수를 뜻하는 괴석을 배치해 궁중 미술의 호화로움을 전달한다.

 

조선시대 궁에서 전해오던 자수가 개항, 근대화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성과 소망을 그려내 아름다움을 구축한 역사를 전시한 이번 전시는 8월 4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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