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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속 여성의 모습…전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세계 최초로 불교 미술 여성의 관점에서 조망
불화, 불상, 사경 등 국보1건, 보물 10건 등 92건 공개
일반 공개 9점, 한국 전시 47건 등 최초 공개
6월 16일까지 용인 호암미술관

 

불교에서 여성은 부처를 잉태한 모체로, 가족의 안녕을 염원하고 기도하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기원후 1세기경 불교가 동아시아로 전해진 이래 불교에 귀의한 여성들은 불교를 지탱했고, 불교의 옹호자이자 불교미술의 후원자, 제작자로서 공덕을 이어왔다.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세계 최초로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여성의 관점에서 조망한 전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 열리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불교미술에 담긴 여성의 번뇌와 염원을 조명하며 세계 각지에 소재한 불교미술 걸작품 92건을 전시한다. 이 중 일반 공개 9점, 한국 전시 47건, 불전도 2점이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불화, 불상, 사경과 나전경함, 자수, 도자기 등이 전시되며 이 중 ‘이건희 회장 기증품’ 9건과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등 9개 소장처의 국보 1건, 보물 10건, 시지정문화재 1건, 해외 11개 소장처의 일본 중요문화재 1건 등이 포함돼 의미를 더한다.

 

 

전시 제목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Unsullied, Like a Lotus in Mud)은 ‘숫타니파타(석가모니부처의 말씀을 모아 놓은 최초의 불교 경전’에서 인용한 문구로, 불교를 신앙하고 불교미술을 후원하고 제작했던 여성들을 진흙에서 피되,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에 비유한 말이다.

 

전시는 크게 1부 ‘다시 나타나는 여성’, 2부 ‘여성의 행원行願’이 각각 3섹션으로 나눠져 진행된다. 1부에서는 불교미술 속 재현된 여성상을 인간, 보살, 여신으로 나누어 시대와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피고 2부에서는 불교미술을 통해 사회와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기로 살고자 했던 여성들을 만나 본다.

 

1부 ‘다시 나타나는 여성’의 1섹션 ‘여성의 몸: 모성母性과 부정不淨’에서는 부처를 잉태한 마야부인 같이 신성시되던 어머니, 집착과 정념의 대상인 젊은 여성과 대비돼 그려진다. 15세기 조선시대에 그려진 ‘석가탄생도’에선 보리수나무와 마야부인, 부처의 7걸음 등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2섹션 ‘변신變身과 변성變性’에 전시된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7세기 중반 백제에서 만들어진 이 불상은 남성적인 상체와 여성적인 유연함을 동시에 표현해 백제의 장인이 도달한 예술적 경지를 보여준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듯한 앳된 얼굴과 넓은 어깨, 날렵한 허리, 살짝 비튼 골반이 아름다운 선을 완성시킨다.

 

 

불교에서 여래가 지닌 자비심을 상징하는 관음보살은 중생의 소리를 듣고 여러 가지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난다고 믿어졌다. 자비를 모성적 가치로 인식한 중국 전통 사회의 관념에 따라 여성형으로 많이 나타나며 ‘수월관음보살도’, ‘천수천안관음보살도’, ‘여의륜관음보살도’, ‘송자관음보살도’ 등 다양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3섹션 ‘여신들의 세계: 추앙과 길들임 사이’에서는 고려시대 왕실과 민간에서 활발히 신봉했던 마리지천과 일본과 중국의 불화 속 부처의 감화를 받아 선신(善神)으로 거듭난 귀녀(鬼女)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성을 교화시키고 길들어야 하는 존재로 여겼던 과거의 시선을 살펴본다.

 

 

2부 ‘여성의 행원行願’에서는 불교미술의 후원자이자 제작자로 활동한 여성들과 그녀들의 작품, 사회의 제도와 제약을 넘어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했던 마음을 비춘다. 1섹션 ‘간절히 바라옵건대: 성불成佛과 왕생往生’에선 사경과 복장 발원문, 아미타여래, 극락정토와 관련된 불화와 불상을 살핀다. 작품에서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여성들의 기원과 공덕을 느낄 수 있다.

 

불교 속 여성들의 모습과 불화와 사경, 발원문을 제작하며 불교에 귀의했던 여성들을 통해 고려시대부터 이어져온 정성어린 마음들을 볼 수 있는 전시는 6월 16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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