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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반전·비폭력의 가치 담은 전시 ‘리얼 뱅크시’

페스트컨트롤의 정식 승인 받은 작품 29점 등 130여 점 전시
대표작 ‘풍선과 소녀’…자본과 권력, 폭력과 전쟁에 대한 저항
10월 20일까지 그라운드 서울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의 가치는 대개 금액으로 환산된다. 예술이 갖고 있는 평화, 반전, 비폭력 등의 가치들은 상쇄되고 시장에 상품으로 전시된다. 하얀 캔버스에서 갤러리, 아트페어로 지위를 옮겨가는 시장에서 진정한 가치들은 소외되고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자본주의를 맹렬히 비판하고 예술의 진정한 가치들을 회복하자는 예술가 뱅크시를 조명하는 전시 ‘리얼 뱅크시’가 그라운드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뱅크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명-실체가 없는’, ‘불법적인’, ‘임시적인’ 활동 형태를 선택하며 기존의 질서를 거부해 온 작가다. 수동적인 ‘관객’을 적극적으로 호명하며 예술이 사회 캠페인으로 나아가도록 실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페스트컨트롤(뱅크시가 직접 설립한 회사로 뱅크시 작품을 판매하거나 진품 여부를 판정해주는 회사)의 정식 승인을 받은 작품 29점과 영상작품 등 130여 점이 전시된다. 뱅크시 연구의 권위 있는 큐레이터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기획됐으며 국내 최대 규모 전시다.

 

 

뱅크시는 1974년 잉글랜드 브리스톨 출신의 백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거리에 그래피티를 주로 그리며 공공장소 혹은 타인의 사유지를 무단으로 점거해 메시지를 남긴다. 기존의 낙서미술과 달리 자신의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상징적 장소와 작업 시기를 면밀히 고려한다.

 

1988년 영국 브리스톨의 그래피티 행사 ‘월즈 온 파이어(Walls On Fire)’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자본주의에 대항하거나 세계적 분쟁과 난민문제에 참여해 폭력과 권위, 차별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전시는 전쟁과 난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2015년 작 ‘디지멀랜드’로 시작해 지하 4층부터 지하 1층까지 주제별로 이어진다. 그래피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그래피티 계단’을 만들어 거리 예술과 저항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지하 4층엔 ‘날고 있는 군인’, ‘행복한 핼리콥터’, ‘폭탄 사랑’ 등 뱅크시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행복한 어린이가 폭탄을 안고 있는 모순적 상황을 연출해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에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사랑과 평화의 힘을 전한다.

 

 

지하 3층엔 뱅크시의 대표작 ‘풍선과 소녀’가 자세히 소개된다. ‘풍선과 소녀’는 2019년 소더비 경매장에서 낙찰된 직후 파쇄기에 분쇄되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풍선을 들고 있는 소녀는 인간이 갖고 있는 순수함을 의미하며 이 그림이 분쇄되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고 자본에 잠식 당하는 영혼을 구원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하 2층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들은 2019년에 제작된 ‘Gross Domestic Products(GDP)’다. 뱅크시는 상표권을 빼앗으려는 엽서 제조회사와의 분쟁을 계기로 가정용품 브랜드 GDP를 런칭했고 시장을 비판하며 예술의 사회 참여를 만들었다.

 

 

영국의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진 시계, 가방, 옷, 쿠션, 장난감 등은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소비자에게 팔렸다.

 

지하 1층엔 사회 지도층에 대항하는 작품들을 조명한다. 엘리자베스 여왕, 처칠 등 영국 지배층을 원숭이 등으로 표현하며 그들의 권위와 과도한 억압, 통제에 저항한다. 공공의 영역에서 거리, 시위 현장에 나가 예술 활동을 펼치며 관객에 권위를 회복하고 삶의 전반에 예술이 통용되도록 주도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을 그린 ‘풍선과 소녀’, 전쟁과 난민, 권위에 저항하며 예술의 가치를 회복하길 주문한 뱅크시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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