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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유세 중 총격을 당했다. 유력 대선 후보이자 전 대통령에게 총알이 날아가는 장면이 생중계로 방송됐다.

 

연설을 시작하고 불과 몇 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총성이 울렸고 단상에 몸을 숙인 트럼프 전 대통령 주위로 경호원들이 에워쌌다. 연단 뒤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것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총성은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이어졌다. 청중석에서 부상자가 있는 듯 비명이 들렸다. 잠시 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오른쪽 귀와 얼굴에 피가 묻은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가 보이게 얼굴을 들었고 주먹 쥔 오른팔을 더 높게 들어 보였다. 현장 유권자들이 USA를 크게 외치며 환호했다.

 

11월 대선을 불과 넉 달 앞두고 벌어진 초유의 암살 시도 사태가 미국 정치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커진다. 죽음 앞에서 살아 돌아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렬한 인상이 투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음모론과 허위 정보도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암살을 지시했다거나 트럼프 지지층의 연출이라는 의혹 제기가 퍼지고 있다. 청중석에 있던 사람들이 다급하게 달아나거나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았던 것은 총소리가 실제로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글이 조회수 100만 이상을 기록했다. 트럼프가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렸을 때 그 뒤로 국기가 나부끼는 절묘한 사진이 어떻게 가능했겠냐는 주장에 공감수가 상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이동시키던 경호원들의 표정을 웃는 모습으로 합성한 사진이 등장했다. 심지어 이를 두고 사실이라고 주장하거나 진실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게 현실이다.

 

음모론과 허위 정보가 활기를 띨 수 있는 조건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와 정부에 관한 생각과 판단들 대부분은 직접적이거나 개인적으로 얻은 정보가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정치 정보 대부분을 주변 사람 혹은 소셜미디어나 언론을 통해 전해 들은 간접 정보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의 정치 신념에 맞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묵살하는 편을 쉽게 선택해 온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쌓여가는 의심과 의혹은 때로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상당히 위험하다.

 

이런 음모론과 허위 정보가 틀렸다고 이야기하거나 착각이라고 증거를 들이민다고 해서 단번에 해결은 어렵다. 이 문제는 개인의 비합리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적절하고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는 환경에서 개인이 더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동기와 능력을 갖추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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