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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범죄'...젠더 갈등이 빚어낸 '보복 범죄'

10대 가담자 급증…인터넷 성갈등이 원인 올바른 성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필요

 

딥페이크 성범죄가 남녀 간 오랜 성갈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피해를 입었다고 느낀 이들이 보복성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가해자의 상당수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10대 청소년들로 밝혀져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범죄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중 10대의 비율은 2021년 65.4%, 2022년 61.2%, 2023년에는 75.8%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의 통계에서도 10대 피의자가 73.6%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이 인터넷 미디어 환경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전 세대는 TV와 신문, 책 등 '올드 미디어'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 세상에 태어난 10대들은 이러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만연한 성갈등이 10대들로 하여금 딥페이크 성범죄에 쉽게 가담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0년대부터 일부 커뮤니티에서 여성혐오 문화가 퍼졌고, 이에 반발하는 레디컬 페미니즘 커뮤니티의 남성혐오 문화가 10대들에게 주입되면서 일부 남성들이 보복성으로 딥페이크 성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학교전담경찰관(SPO)은 "교육 현장에서 여성을 잘못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남학생들이 종종 발견된다"며, 이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인터넷에서 성갈등에 대한 글을 읽고 복수심을 키워 딥페이크 성범죄에 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이 공유되던 한 단체대화방에서는 '훈련소 훈련병 사망 사고'를 두고 여군 대위를 비난하며, 보복성 딥페이크 성범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오갔다.

 

고두희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미디어리터러시 교수는 "10대들은 미디어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접하면서 성갈등이 일상이 되었다"며 "인터넷 접근이 쉬워지고 성적 콘텐츠의 이용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성세대가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경시하면서, 10대들이 딥페이크를 '놀이'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인들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물이 선거 때마다 방영되는 등의 현상이 10대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오주현 동아방송예술대 사회학과 교수는 "딥페이크 성범죄는 여성에 대한 성적 상품화를 취미나 놀이로 인식하는 사회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가해자들이 텔레그램 등의 단체대화방에서 집단으로 범행에 동참해 죄책감이 낮아지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는 '남성혐오가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또 다른 성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구독자 113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뻑가(PPKKa)'는 "여성들이 호들갑을 떨며 남성 혐오를 하려 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제작했고,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이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만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로 인한 성갈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보복성 활동을 펼치는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일부 누리꾼들이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며 사적 제재를 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의 피해와 문제점, 처벌 사례 등을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올바른 성교육을 통해 10대들이 성에 대해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자송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는 "성장기 때 올바른 성 가치관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교에서 성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올바른 성 가치관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교육뿐만 아니라, 딥페이크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도 "현대 10대들에게 인터넷 세상은 놀이터로 인식되고 있어, 딥페이크도 그 일환으로 여겨진다"며 "이 문제를 조기에 교육하지 않으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딥페이크 성범죄를 무조건 10대 남학생들의 잘못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막기 위해 관련 교육과 함께, 지나치게 낮아진 인터넷 미디어 환경의 접근성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장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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