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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역사는 반복된다

  • 최영
  • 등록 2024.10.17 06:00:00
  • 13면

 

두 번 다시 이런 꼴 안보게 될 줄 알았다. 2016년,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은 실질적인 국가수반이 아니었다. 국정은 최순실이라는 아무런 자격도 없고는 비선실세가 좌지우지했다. 최씨는 매일 청와대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보고자료를 받아보고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방향을 전달했다. “최씨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다.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최 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이성한)”라는 증언에 국민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댓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자의 지배를 받는 것”이란 말을 절감하고 광화문으로 쏟아져나왔다. 촛불혁명의 시작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박근혜전대통령에게 최순실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면 현 윤석열대통령에게는 김건희여사 라인과 그 핵심으로 명태균이 있었다. 혹자는 정치브로커의 말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지만 그가 공천개입부터 지금까지 했다고 주장하는 말을 보면 제2의 국정농단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이런 명씨와 영부인이 나눴다는 카톡 내용을 보면 참담할 지경이다. 영부인은 누가봐도 대통령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 대해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를 용서해주세오.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폄하한다. 이 사실을 두고 대통령실은 한술 더 떠 “오빠는 여사의 친오빠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우기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는가? 얼마전에는 채상병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구명로비를 했다는 이종호씨가 “녹취파일의 VIP는 대통령이나 김건희여사가 아니라 김계환해병대사령관을 지칭한 것”이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예나 지금이나 일관된 자세는 자뭇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자세히 들어봐 주십시오. ‘날리면’이 맞습니다”라고 전국민의 청력을 의심케 만든 사람들이 아닌가? 이들은 정녕 국민을 바보로 여기고 있음이 틀림없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현 정권은 출범 이후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김건희여사의 과거행적과 주가조작, 장모의 사기, 천공 논란, 그리고 각종 뇌물과 이권의혹까지 켜켜이 쌓여 용산은 마치 거대한 복마전처럼 되어갔다. 그 새 나라는 거덜이 났다. 국격은 추락하고 경제는 폭망했다. 의대정원 문제로 국민들이 안전마저 경각에 달려있고 북한과 강경대치국면이 지속되면서 일촉즉발 전쟁위험도 고조되고 있다. 명태균씨는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매일 전화는 거의 빠짐없이, 낮에도 여러 번씩 계속 통화를 했다"고 증언한다. 매일 청와대의 보고를 받았던 최순실의 국정농단에서 문제의 핵심은 최순실이 아니라 박근혜 전대통령이 본질이다. 하여, 명태균이든 김건희여사든 국정을 농단하는 세력의 존재 그 자체는 바로 대통령의 자질이 문제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연일 역대 대통령중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는 현 상황에서 이미 국민들 사이에는 심정적 탄핵이 이루어진 상태라는 반응이 절대다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문화적 국격은 하늘을 뚫고 있지만 늘 대한민국은 정치가 문제였다. 국민들이 정치권력에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는 순간 촛불은 길거리를 뒤덮었고 대한민국을 바꿔왔다. 국민들의 인내심은 임계점을 넘었다. 하야든 임기단축이든 탄핵이든, 이제 정치권이 구체적 대안으로 답해야 할 때이다. 이대로는 안된다. 꼴도 보기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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