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을 기다려도 버스가 안 와요. 이러다 출근을 못 하겠네요"
28일 오전 8시쯤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의 수원 신갈IC 인근 버스정류장에는 두터운 방한복과 함께 우산을 쓴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정강이 높이까지 쌓인 눈을 발로 파헤치며 힘겹게 이동하기도 했다.
근처에 있는 자동차 판매 업장 직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제설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밤사이 내린 눈을 모두 치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눈을 치워도 낮은 온도에 얼어버리면서 지나가던 행인들이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딛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들은 출근길에 오르기 위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117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경기도를 강타하면서 대중교통들이 발이 묶여버렸고, 시민들은 버스정류장 전광판만 연신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40대 시민 A씨는 "어제 아침에도 눈이 많이 와 지각을 해서 조금 일찍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며 "하지만 1시간 넘게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출근이 늦어져 오늘 업무에 지장이 생길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버스 정류장에는 출근길에 오른 직장인뿐만 아니라 아침 일찍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도 볼 수 있었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이른 아침 관내 각 학교에 휴업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정상 수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0대 학생인 B양은 "눈이 많이 오자 학교에선 등교 시간을 기존 오전 9시에서 10시로 늘렸다"며 "그런데 이정도 폭설이면 오늘 하루는 휴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이후 해당 학생은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눈이 너무 많이 오고 버스는 보이지도 않는다. 휴교는 왜 안 하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같은 시간 수원역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폭설 여파로 이동에 불편을 겪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폭설 여파로 적지 않은 시민들이 버스나 차량 대신 비교적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지하철을 선택한 것이다.
수원역 대합실에서는 "폭설로 전동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수원역 기차 철로에는 미쳐 치워지지 않은 눈들이 쌓여있어 밤 동안 많은 눈이 내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0대 C씨는 "어제 회사에서 조기퇴근을 시켜줘서 폭설의 심각성을 알았다"며 "덕분에 회사에 늦지 않기 위해 30분 정도 일찍 나왔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겠다"고 전했다.
기온이 떨어지자 추위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일부는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이고자 역내 식당에서 어묵을 사먹기도 했지만 역 내부와 대합실 모두 크게 따뜻하지 않아 옷을 두껍게 입고도 몸을 떠는 시민들도 있었다.
70대 D씨는 "오랜만에 딸 집에 가려 하는데 눈 때문에 버스가 오지 않아 역으로 왔다"며 "오도 가도 못하고 발이 묶여버렸는데 너무 춥고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광명과 과천, 구리 등 21개 지역에는 대설경보, 김포와 동두천, 연천 등 10개 지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적설량은 용인이 41.3cm로 가장 많았고, 군포가 39.8cm, 수원이 39.3cm, 의왕이 38.1cm로 뒤를 이었다.
[ 경기신문 = 박진석·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