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여건은 더욱 험난해졌다. 남북간 교류는 부재하였고 안보환경은 더욱 악화되었다.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하여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지형은 매우 위태롭다. 한반도가 전쟁을 피하고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한반도의 평화를 추동하게 될 변수는 새해 1월 20일 시작하는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출범이 될 것이다. 그가 제1기 행정부를 이끌면서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모두 3차례 북미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였다.
그동안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북한은 핵 개발에 주력하여 이미 100여개에 이르는 핵무기와 이의 제조에 필요한 핵 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년 6월 20일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동맹(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을 맺고 유사시 자동 개입하게 되었고, 북한은 지금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파병하고 있다. 남북 간에는 직통전화마저 끊겼으며, 북쪽을 향한 전단살포와 남쪽을 향한 쓰레기 투척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은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때 중재자 역할을 담당했던 한국정부는 지금 북한과 갈등하며 정면으로 대치하고있는 중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전에 미북 정상회담에서 국무부 대북 특별 부대표로 관여한 알렉스 웡(Alex Wong)을 국가안보부 보좌관으로 발탁하였다. 이것은 트럼프가 북미회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먼저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의 종식을 위하여 우선적으로 힘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이 전쟁에 참전하고 있으므로 북미 간 대화를 비껴갈 수 없는 상황이다. 2018년에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1)대북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2)북한체제를 보장하게 된다면 핵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사정은 달라졌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한국정부는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 요구된다. 첫째,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 아래서 미국과 함께 중국을 포함하는 현실 외교가 필요하다. 둘째, 지난 71년 동안 유지되어온 정전협정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하여 한국전쟁의 당사국인 남・북 및 미・중의 4자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셋째, 트럼프 제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북미 간 대화에 한국은 조정자의 역할을 회복하여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10일 출범 이후, ‘힘에 의한 평화’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북한에 제안했으나 북한은 이를 거절하였다. 북한이 수용할 만한 ‘담대한’ 구상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남북간의 우호적인 안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과 미・중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북한체제의 국제적 보장과 한반도의 비핵화를 확보하여야 한다.
남북 간 외교는 단절되어 전쟁위기는 벼랑 끝으로 달리고 있다. 평화를 위하여 강한 힘을 기르고, 평화를 위하여 외교와 협상이 열려야 한다. 새해에는 한반도에 평화구축의 단초가 열리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