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급작스런 비상계엄령 선포로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이 증폭되며 국회 의사당 일대는 마치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떠올리게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어 20여 분 만에 국회 모든 출입구는 폐쇄됐고, 국회 당직자들은 물론 의원들의 출입까지 제한되며 순식간에 혼란이 덮쳤다.
자신의 지역구로 귀가했던 의원들은 물론 국회 밖에 머물던 의원들이 속속들이 국회로 복귀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경찰들로부터 진입을 저지당하며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됐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며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선을 그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라이브 방송을 켜고 담을 넘어 들어가는 모습을 중계했고, 김교흥 의원은 국회 출입문에서 등원을 막는 경찰과 한참 실랑이를 벌인 후에야 겨우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자정이 가까워 오자 국회 출입구에 몰려들었던 인파는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이때 정문에서 한 무리가 “수방사 차다! 군인이 국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요. 막아야 합니다”라고 소리치자 시민들은 차를 에워싸며 온몸으로 진입을 막았다.
곳곳에서 월담을 시도하는 시민 등과 경찰이 대치하며 고성이 터져 나왔지만 이내 “경찰도 원해서 있는 게 아니다”, “불법은 자제하라. 이들도 누군가의 자식들”이라는 외침이 더해지며 사태는 진정됐다.
그러나 같은 시각 국회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국회엔 헬기를 타고 총을 멘 군인들이 진입했다. 본회의장 안에 있던 민주당 등 야당 보좌진들은 다급한 외침을 주고받으며 책상과 의자 등으로 본청 정문에 바리게이트를 쳤다.
다음날 0시 40분쯤 무장한 계엄군은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보좌진 등은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입구 유리문에도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군의 진입을 막았는데, 이 과정에서 소화기가 분사되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후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긴급브리핑을 통해 “국회에 난입한 수방사 특임대가 우원식 의장과 이 대표, 한 대표를 체포하려는 체포대를 만들어 움직인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1시쯤 국회 본회의에서는 재석의원 190명 만장일치로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국회 안팎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비상계엄 선포 6시간 만인 오전 4시 30분 윤 대통령이 완전한 해제를 알리며 상황은 종료됐다.
비상계엄 해제 후 여야는 정당을 가리지 않고 윤 대통령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어떤 이유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명분 없는 정치적 자살 행위에는 절대로 동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비상계엄 사태 책임자를 내란죄로 고발하고,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