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지난 3일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 "민간인을 해치지 말라"고 전화로 전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6일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계엄 당일 군인 아들과 아버지 전화 통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아버지인 A씨가 군 복무 중인 아들과 통화한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이 첨부됐다. 이 음성파일은 군인 아들을 둔 아버지 A씨가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3일 밤 아들 B씨에게 전화를 수 차례 걸었다. 약 1시간 동안 전화를 받지 않던 아들은 자정 쯤 아버지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B씨는 아버지가 “출동 명령 내려왔냐. 어떻게 됐냐”고 묻자 “10분 전쯤에 (비상)연락이 왔다”며 “출근 명령이 내려와 부대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아들 B씨에게 "너 왜 출근 명령이 내려왔는지 알아"라고 물었고, B씨는 "상황이 뭐에요? 지금 자다가 일어났다"며 되물었다.
A씨는 "비상계엄 내렸다. 잘 들어라. (북한) 도발 아니다. 대통령이 그냥 내린 것"이라며 "네 목숨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민간인을 공격하거나 살상하는 행위를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아들이 걱정됐던 A씨는 목이 잠긴 채 "소대원들 잘 지키고, 네 목숨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다"라며 "너는 계엄 때 군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지 않느냐. 무엇보다 네 목숨 잘 챙기고 절대 민간인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B씨는 전방부대 소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당시 전방부대는 동원되지 않았지만, A씨는 전방부대도 계엄 상황에 투입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또 아들과의 통화가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녹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