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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는 종교의 역사라고 할만큼 종교는 인류가 탄생한 순간부터 늘상 함께 해왔다.
첨단과학이 위용을 부리는 오늘날에도 국민 100명 중 57명이 종교인이며 65명의 사람들이 부적을 사용해 본 적이 있다는 통계자료가 설명하듯 과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종교는 여전히 우리 의식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 역시 당대 역사라든지 시대 상황과 초연한 것은 아니다.
특히 '종교의 춘추전국시대'라 불릴만큼 수많은 종교가 창궐하던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억압과 수탈로 상징되는 시대 상황 속에서 종교는 착취받는 민중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했지만 권력에 굴종해 뒤틀린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최근 우리 근세사 속에서 이들 종교의 굴절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 '대한매일' 주필로 현재 독립기념관장인 김삼웅이 종교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종교, 근대의 길을 묻다'(인물과 사상사 刊)라는 제목의 책을 낸 것.
이 책은 한국의 종교, 특히 국내외 혼란기였던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의 종교ㆍ종교인을 다루면서 종교가 마주한 시대의 모습을 통해 종교의 참 의미를 고민한다.
책은 가히‘다종교국가’라 할 만큼 수많은 종교가 나타나고 사라진 그 시기, 각종 종교 관련 사건을 통해 근세사를 펼쳐 보인다.
'사건으로 본 한국의 종교사'라는 부제를 붙여 4부로 구성된 책에는 각각의 키워드에 어울리는 종교관련 사건을 전개하면서 종교와 종교인을 다루는 동시에 당시 시대상을 엿볼수 있도록 역사적 지식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1부 '시대와 충돌한 종교'에서는 조선 유학자들이 보인 사대주의와 보수성, 불교가 산중불교로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조정의 탄압의 빌미가 됐던 천주교의 제사문제를 다루는 한편 두 번째라는 이유로 조명되지 못한 최양업 신부와 최시형 등 종교 지도자에 대해 재평가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1등주의’에 가려지고 규모의 다툼에 밀려 역사의 이면에 숨어있던 종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2부 '새로운 종교의 탄생'에서는 외세 침략의 본격화로 국운이 다하던 시기에 민중을 인도하고 구국의 선지자로 등장한 민족종교 창시자들을 소개한다.
1860년 동학을 창립한 수운 최제우, 1901년 증산교 창시자 강일순, 1909년 대종교 창시자 홍암 나철 1916년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등을 통해 민족종교의 등장을 살펴보는 한편 재산과 여성의 정조를 유린하면서 교세를 유지했던 백백교 등 혹세무민의 종교에 대한 접근을 통해 한국 종교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제공한다.
책은 특히 '저항과 굴복의 세월'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종교들이 어떻게 난세를 건너왔는지 극명한 사례들을 보여주는 3부에서 절정을 이룬다.
현재 1천만 명의 신도 수를 자랑하는 기독교나 천주교의 경우 우리나라 개화와 개명, 민주화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지만 시대마다 부끄럽고 참담한 ‘전과’를 갖고 있다.
초기 가혹한 탄압에 순교로 맞서면서 자주독립에 헌신하다 일제의 침략과 신사참배가 강요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기독교와 천주교의 굴절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일본 승려가 마련해준 자유를 누리며 전쟁을 위한 자금과 비행기를 헌납하는 등 일제의 회유와 압력에 굴복한 불교의 양태를 다루면서 저자는 항일 해방운동을 벌였던 민족 지도자로서의 모습과 권력의 손발 노릇을 병행했던 종교의 대비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또한 4부에서는 민족 지도자인 전봉준의 태와 시신은 과연 어디에 묻혔나?, 8개의 종교를 넘나들며 다양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였던 김구의 편력 등 종교에 얽힌 신비와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를 펼쳐 보여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저자는 여전히 종교가 번창하는 우리시대에 '근대의 길'을 질문하면서 과거 우리 종교의 이면을 통찰면서 새로운 종교상을 설계할 것을 주문한다.
278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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