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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파 죽겠는데 한참 기다려야 한대요"…넘치는 환자에 마비된 응급실

독감에 응급실 찾았으나 치료 까지 1시간 기다려
의사 부족 응급실은 포화…대책 마련 시급한 상황

 

"독감으로 응급실을 왔는데 한참 기다려야 한대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지난달 31일 용인시에 거주하는 최종현 씨(29·가명)는 저녁부터 갑자기 40도에 달하는 고열과 두통 등 독감 증세를 보여 병원을 찾아나섰다. 가장 가까운 병원에 연락해 치료받을 수 있는지 확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두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였다. 다른 대형 병원 약 8곳에도 연락했으나 '병실이 부족하다', '환자가 너무 많다'며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결국 최 씨는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향했지만 '대기해 달라'는 안내데스크 직원의 말에 병원 복도에서 병실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복도에는 최 씨와 같은 환자들이 응급실 내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한에 떨며 미리 챙겨온 담요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지 약 1시간이 넘은 후에야 최 씨는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복으로 갈아입었지만, 의사의 진료를 받기까지는 다시 수십 분이 소요됐다. 단 한 명뿐인 응급의학과 의사와 간호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병실을 가득 채운 환자들 진찰하고 약을 처방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사 A씨는 "최근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9할은 독감 환자라 봐도 될 정도로 독감이 무섭게 유행하고 있지만 병원 인력에 한계가 있다"며 "특히 응급실을 담당하는 응급의료과 의사는 부족해 신속히 환자를 진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B씨는 "의료진 등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은 포화상태다.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는 마냥 기다려야만 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 박기정 씨(31·가명)는 "작년 응급실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바로바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오늘은 한참 기다려야 해 놀랐다"며 "코로나19 사태처럼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구급대 관계자는 "최근 응급실 포화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며 "독감 등 환자는 괜찮지만 중증 외상을 입은 환자는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응급실 개선이 시급하다"고 귀띔했다.

 

응급의료통계포털에 따르면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는 2020년 약 480만 명에서 2021년 498만 명, 2022년 525만 명, 2023년 600만 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응급의학전문의는 같은 기간 2168명, 2316명, 2468명, 2611명으로 소폭 증가해 환자 수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아울러 의료계에서는 응급실을 떠나는 응급의학전문의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실의 어려움은 계속돼 왔는데 코로나 등을 거치면서 더 심해졌고, 최근까지 버티다가 응급실을 떠나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현재 약 500명이 개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 현장에서는 응급실을 방문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해 결국 치료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환자가 많지만 이들 수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며 "부족한 의료진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와, 살인적인 업무량에 치이는 의사와 간호사 모두 고통받고 있다.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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