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계엄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소총을 휴대한 경찰력을 보내는 등 계엄에 동조한 고위직 경찰이 문책이 아닌 인사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쯤 마무리됐어야 할 경찰 인사가 계엄 사태로 뒤늦게 진행됐다. 이어 지난 7일 경찰은 경무관·총경급 경찰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계엄 사태 당시 과천정부청사 인근에 위치한 선관위에 K-1 소총과 실탄 300발을 챙긴 경찰력을 투입한 문진영 전 과천경찰서장은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상황팀장)으로, 선관위 연수원에 경찰력을 배치한 김재광 전 수원서부경찰서장은 강원도에 위치한 국립과학수사원 본원으로 배치됐다.
계엄 사태에 동참했음에도 아무런 문책을 받지 않았다는 지적이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경정급 경찰 관계자는 "위헌적인 계엄령에 따라 소총을 소지한 경찰력을 투입하는 등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인 이들이면 책임을 지거나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반면 경기도의 한 경찰서 서장이었던 A 총경은 정년을 앞두고 잔류를 희망했음에도 충북경찰청으로 발령났다. 그가 줄곧 수도권에서 근무한 만큼 다른 광역자치단체로 인사가 났다는 점에서 '불공정 인사'라는 비판도 있다.
경감급 경찰 관계자는 "총경급 경찰은 여러 지역을 돌 수 있도록 인사가 나지만 주로 근무했던 지역 인근으로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A 총경은 타지로 돌리면서 계엄에 동조한 이들은 서울과 대한민국 법의학의 중심인 국과수로 보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논란은 앞서 지난달 27일 경무관·총경 승진 인사에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로 파견갔던 이들이 포함되면서 불거지기도 했다. '친윤(친 윤석열)'으로 거론된 박종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정)은 총경으로 승진했다.
또 서울 영등포경찰서 '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찬수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실 행정관(총경)은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윤 대통령의 가짜 출근 의혹에 연루된 호욱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도 마찬가지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러한 인사를 두고 윤 대통령이 '보은성 인사'를 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경찰 인사는 유독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경향이 보인다. 계엄에 연루되거나, 용산(대통령실) 지시를 따른 의혹을 받은 이들은 마땅한 문책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지난 2023년 경찰국 반대에 나선 경찰관들은 모두 한직에 배치돼 고통을 받았다. 경찰 인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문 전 서장은 서울로 갔지만 실장이 아닌 상황팀장으로 인사가 났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요직이라 단언할 수 없다"며 "이번 인사가 계엄에 연루된 이들에게 '보은인사'나 혜택을 줬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