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비사업 시장에서 삼성물산의 행보가 조합원들과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사업지마다 삼성물산의 참여 여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하면서 조합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선별 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1조 693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삼성물산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면서 조합원들의 기대감이 컸지만, 입찰에는 끝내 참여하지 않았다. 방배15구역 재개발 사업(7553억 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했으나 입찰의향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개포주공6·7단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삼성물산이 막판에 입찰을 포기하면서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하게 됐고, 결국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개포주공6·7단지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단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삼성물산의 입찰 포기로 사업 일정이 지연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입찰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업성이 자사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삼성물산이 선택한 사업지는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이 확실히 뒷받침된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물산이 선택한 사업지에서는 조합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양3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22일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과의 수의계약 체결을 의결했다. 신반포4차 재건축 조합도 오는 29일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최종 시공사로 선정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이 이미 수주한 대림가락아파트와 한양3차 재건축을 연계해 대규모 단지를 조성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합원들의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물산은 참여한 모든 사업지를 따내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서울 송파구 대림가락 재건축(4544억 원),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2416억 원), 서울 송파구 한양3차 재건축(2595억 원) 등 주요 정비사업을 연이어 확보했다. 오는 9월 예정된 압구정 2구역 시공사 선정에서도 현대건설과 맞붙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철저한 기준에 따라 사업지를 선별해 수주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사업지는 자금력과 사업성이 검증된 곳으로 해석되면서, 오히려 조합들이 삼성물산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올해 1분기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 5600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액(3조 6400억 원)에 육박했다. 4월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사업 수주도 유력한 상황이라 연간 목표인 5조 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