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결국 4월로 미뤄질 전망인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탄핵 찬반 집회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29일 오후 5시쯤 야5당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 촛불행동은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만 5000명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꽃샘추위에 참가자들은 두꺼운 옷과 목도리, 은박담요 등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 추위에 언 손을 녹이면서도 '윤석열을 탄핵하라', '헌법을 우습게 여긴 정권' 등 내용이 담긴 피켓을 흔들며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사회 각기 계층 소속이 집회에 다수 참석한 만큼 현장에는 이들을 상징하는 각종 깃발들이 휘날리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대통령의 헌법 위반은 용납할 수 없다"며 헌재의 신속한 탄핵 인용을 요구했다. 집회에 참가한 백지현 씨(45)는 "여기 시민들이 들고 있는 '내란수괴 즉각파면' 문구처럼 헌재는 하루라도 빨리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며 "우리 국민들은 선고가 늦어질 때마다 매일 불안에 떨며 살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규민 씨(24)는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검토한 것 만으로도 충격인데 아직까지 뻔뻔하게 반성조차 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내란수괴범이 책임을 묻도록 조속히 탄핵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일부 시민은 현재의 늦장 선고가 탄핵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무책임한 정치인 때문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수원에서 온 장미윤 씨(22)는 "최근 경기도 지자체장 대부분이 탄핵 찬반 여부에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기사를 봤다. 정치인이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는가"라며 "헌재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모든 정치인은 각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오후 7시쯤부터 이들은 헌법재판소 인근으로 행진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윤석열은 퇴진해", "윤석열 파면" 등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몇몇 행진 참가자들은 공룡 옷을 입거나 윤 대통령 얼굴을 본뜬 가면을 쓰는 등 분장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각종 악기를 들고와 공연을 진행해 참가자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행진에 참가한 박지홍 씨(31)는 "비록 헌재의 선고 지연으로 국민들은 지쳐가지만,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와 그 참가자들은 그런 국민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며 "민주주의는 결고 어려운 것이 아닌, 전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신속한 탄핵 인용으로 민주주의가 지켜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1시쯤부터는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축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의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만 5000명이 참여했다.
시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들거나, 매고 온 가방에 꽂고서 연신 "공산당은 물러가라", "사법부를 무너뜨리자" 등 구호를 외쳤다. 길거리에선 집회 참가자가 '이재명 즉각 구속', '국회 해산' 등이 적힌 피켓이나 각종 선전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갑작스럽게 내린 눈발과 함께 기온이 크게 내려가면서 시민들은 인근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 등 건물 내부로 들어가 집회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날 시민들은 지난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사법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기영 씨(72)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나 이 대표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 모두 물갈이 되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법치에 따라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탄핵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는 일부 정치인을 향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성남에서 온 신소현 씨(62)는 "몇몇 시장들이나 국회의원 등은 탄핵과 관련해 입 뻥긋 하지 않고 있다. 올바른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가"라며 "대통령 탄핵을 무산시키기 위한 정치권 단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안국역 5번 출구로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좌파세력이 헌재를 점령하려 한다. 어서 가쟈"며 서로 재촉하기도 했다. 또 5번 출구에 도착한 이후 경찰이 인근에 차벽을 세우는 등 통제하자 "중국 공안 아니냐. 중국인 경찰들이 있다고 들었다"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