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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영 두미도 감성 캠핑 낚시 여행기

 

양력 5월 3일은 내자가 환갑을 맞는 생일이다.

황금연휴와 겹친 환갑 기념으로 애초 우리는 해외로 떠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었고, 그 속도에 맞추어 우리는 계획을 접고, 마음이 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은 통영의 절해고도의 외딴섬, 두미도.

누군가의 고향이었고, 나에게는 오래된 그리움의 이름이다.

 

두미도행 카페리 여객선은 하루 두 번, 단 한 척.

특히 연휴에는 선착장 앞이 마치 드라마 속 장면처럼 아슬아슬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새벽 4시, 터미널 문 앞에 선 우리의 그림자.

정원 제한으로 “섬에 못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열리자마자 전력 질주.

내가 달리니 낯선 이들이 덩달아 따라 뛰어오던 그 순간, 어쩌면 우리가 정말 떠나는 여행이 시작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함께 배를 타게 된 사람에게 왜 그렇게 달렸느냐고 물어보니 내가 달리니 영문도 모르고 같이 막 달렸다고 한다.

 

섬의 옛 학교, 지금은 연수원으로 변신한 그곳 운동장 한편에 텐트를 폈다.

바다를 향해 피칭한 그 순간은 마치 나만의 작은 성소 같았다.

하지만 여행이 늘 그렇듯, 자연은 우리에게 순응을 요구하지 않았다.

돌풍. 폭우. 부러진 폴대.

망연자실한 그 순간,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준 두미연수원의 S.B.H 원장님.

그날의 배려는 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을 기억이 되었다.

 

여행 첫날은 악천후로 낚싯대를 놓고, 가져간 승용차로 조용히 섬 일주 여행을 하였다.

좁은 길, 짙은 안개, 거세게 부는 바람. 수려한 풍광은 그날 눈에 잘 담기지 않았지만, 그보다 깊은 기억은, ‘함께 견디는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새겨졌다.

 

여행 둘째 날, 하늘은 전혀 다른 얼굴이다.

시야가 좋아 멀리 삼천포와 사량도. 수우도, 남해 창선도와 독일마을도 보인다.

 

청명한 아침, 맑은 시야, 바다와 맞닿은 방파제에서 밑밥을 던지자, 자리돔 떼가 몰려 들었지만, 입질은 없다.

섬 주민의 말에 의하면 수온이 오르지 않아 낚시가 힘들었는데 그나마 며칠 전부터 자리돔 떼가 조금 보인다고 한다.

주변의 수많은 낚시꾼도 허탕을 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팀은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자리돔 20마리 정도 포획을 하였다.

타 낚시꾼이 신기해한다.

잘 잡는 비결이 뭐냐고?

기술 전수를 해 주니 그제야 간간이 자리돔 몇 마리 잡는 것을 보고 철수를 하였다.

 

자리돔 세꼬시 한 접시, 그날의 고행과 해풍이 그대로 배어 있다.

 

귀항을 하루 앞당겼다.

돌아오는 배에 차를 실을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찍 돌아온 집은 참 따뜻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바다가 그리워질 것이라는 예감은 틀림없다.

그리고 그 예감은, 어김없이 현실이 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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