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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견인하는 '희망의 경계'

최근 ‘2005년 한국의 당뇨병’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지난 10년간 우리 국민 가운데 당뇨병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이 4백만 명을 넘는 것으로 발표된 적이 있다.
전체 국민 1백명 중 8.3명이 당뇨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보여준 이번 발표는 비만과 당뇨로 인해 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사회적 부담이 이미 암 치료를 넘어선 위협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한쪽에서는 과도한 지방과 당분 섭취로 인한 질병에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재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뼈만 앙상한 사람들이 몇 끼의 식사를 거르면서 굶주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역설의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풍요와 빈곤이 나란히 교차하는 모순된 세상을 화두로 삼아 오랫동안 연구작업을 해온 프란시스 무어 라페와 그의 딸 안나 라페가 '희망의 경계'(시울 刊, 신경아 역)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생활 패턴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을 펴냈다.
프란시스는 이미 30년 전 더 많은 농약과 대규모 영농, 신기술을 쓰지않으면 지구가 인류를 부양하기에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한 전문가들의 견해와 달리 이들 방식이 오히려 식량 위기를 가중시킨다는 연구성과물인 '작은 행성을 위한 식단'을 낸 바있는 액티비스트다.
프란시스는 이 책의 30주년을 기념해 딸인 안나와 함께 오대륙 아홉 나라에 걸쳐 여행을 떠나는데 이들은 곳곳에서 '희망의 경계’에 놓인 사람들이 패배적 관념에서 벗어나 어떻게 희망을 일구어 내는지 새로운 물결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행에서 모녀는 현대 사회가 '패스트 푸드' 등 육류 위주의 식단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바람에 풍요의 한편에서 여전히 굶주림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고 이러한 육류 위주의 식단은 인류와 지구 전체를 통틀어 다양한 형태의 질병만을 가져올 뿐이라고 거듭 제기한다.
예컨대 균형 잡히지 않은 식단의 원인인 지금의 경제적 시스템은 고기 생산에 과도하게 자원을 낭비하고, 심지어 어떤 나라의 경우 생산되는 곡식의 70% 이상을 굶주린 사람 대신 가축에게 소모하는 것이라든지, 농업 생산량 증가를 명분으로 한 살충제의 대량 살포나 유전자변형 곡물 생산방식에 입각한 시스템이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지만 실상 농약중독과 토지 오염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해 곡물 생산량의 감소로 이어져 오히려 농부의 파산을 촉진한다는 것.
하지만 이들 모녀는 캘리포니아의 기적같은 농원에서 브라질 벽촌의 땅 없는 농민들의 초라한 움막까지 이르는 여정에서 전지구적 위태로운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희망을 움켜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저자가 보기에 좋은 식량을 기르고 먹음으로써 새로운 삶의 가치와 공동체를 일구어가는 그들이야말로 희망의 경계를 확장해나가는 사람들이다.
506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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