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동포 2명을 살해하고 한국인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시흥 연쇄 흉기 피습 사건을 일으킨 차철남이 검찰에 넘겨졌다. 차철남은 '우발범죄'를 주장하지만 경찰은 이달 초부터 그가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시흥경찰서는 이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차철남을 살인 및 살인미수혐의로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차철남은 지난 17일 오전 4시쯤 중국동포인 50대 A씨와 그 동생 B씨 2명을 각각 자신의 집과 인근에 위치한 이들 형제의 집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 집 근처 편의점에서 점주 60대 여성 B씨와 한 체육공원에서 본인 집 주인 70대 C씨를 흉기로 찌른 혐의도 있다.
차철남은 13년 전부터 알고 지낸 A씨 형제에게 수 차례에 걸쳐 총 3000만 원을 빌려줬으나 이들이 변제 능력이 있음에도 갚지 않아 살해했다며 "그동안 이용만 당한 것 같아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다만 경찰이 차철남의 금융 계좌 등을 분석한 결과 차철남이 3000만 원을 이체하는 등 거레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17일 A씨 형제 중 형에게 술을 먹자고 유인한 후 살해하고, 이후 동생을 살해했다. 이후 어차피 경찰에 체포될 것이라 판단해 도주하지 않고 본인 집 주변을 배회하거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B씨와 C씨에 대해서도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 범행 후 A씨 형제를 살해했을 당시처럼 검거될 것이라 생각해 도주하지 않고 시화호 주변을 배회하다 결국 붙잡혔다.
그는 구속전피의자심문을 받으러 법원에 출석하면서 "나를 무시했다", "험담을 했다"며 범행 이유를 들기도 했다. 다만 경찰은 차철남이 B씨, C씨와 이전까지 서로 큰 갈등을 빚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C씨는 "차철남과 평소 서로 음식을 나눠 먹을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차철남은 A씨 형제 살인에 대해서는 계획범죄를 인정하지만 B씨와 C씨에 대한 흉기 피습에 대해서는 살해 의도가 없었고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달 초 범행을 계획하며 준비한 흉기를 버리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살해 의도와 계획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차철남을 상대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실시했으나 '사이코패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약간이검사도 진행했으나 음성 반응이 나왔고 정신질환 치료 이력도 없었다.
차철남은 1997년 처음 입국해 불법체류자로 머물다가 중국으로 출국한 뒤 2012년 다시 국내에 들어왔다. 이후로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비자를 갱신했다. 그는 뚜렷한 직업을 갖지는 않고 주변 이웃들이 이사 가면서 버린 물품을 중고 사이트에 팔거나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차철남은 이날 오후 1시쯤 구속송치 이동을 위해 시흥서에서 나오면서 "우발적 범행 주장하나" "흉기랑 휴대전화 어디에 버렸나", "피해자들에 할 말 없나"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