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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발생한 전세사기…소송 걸리자 임대인 파산 신청으로 '책임 회피'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에 즉시 '파산 신청'…재판 모두 중단
책임 물을 기회 사라져…"임대인 해외여행 하며 기만해"

 

화성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고의로 돌려주지 않는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가 속출했다. 해당 임대인은 임차인이 소송을 걸자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파산신청을 했고, 결국 재판이 중단되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시 향납읍의 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지난 2022년 9월 22일부터 2024년 9월 21일까지 총 2년간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후 전세 계약 만료 전인 2024년 8월 27일 임대인 B씨에게 계약 해지 통보 후 전세보증금 9000만 원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조만간 돌려주겠다"며 차일피일 반환을 미뤘고, 올해에 들어서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문제는 A씨가 B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A씨가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해 지난 4월 소송을 제기하자, B씨는 소장 송달 5일 만에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B씨가 파산을 신청한 지 약 1개월 만인 지난 5월 재판부는 파산을 선고했다. 이 여파로 A씨가 제기한 소송이 모두 중단되면서 B씨에게 전세보증금 반환 책임을 물을 기회는 사라졌다.

 

A씨는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소송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는 더디기만 한데, 저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책임이 있는 임대인의 파산 신청은 고작 한 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가해자에게 유리한 구조 아닌가"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B씨 처럼 파산을 신청할 경우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은 전무하다고 지적한다. 파산하게 되면 임대인 등은 전세보증금을 직접 갚지 않아도 돼 직접적인 책임을 피할 수 있으며 가압류 등 처분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3년 11월 부천에서 바지사장을 내세워 393억 원 상당의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은 바지사장 명의로 임대 계약을 한 후 이들을 파산시키고 전세보증금 반환 의무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떠넘기려고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의 파산을 선고한 서울회생법원에 "채무자회생파산에관한법률 제566조 제3호에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따르면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며 즉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A씨가 거주하고 있는 다세대주택에는 총 7세대가 거주 중이며, 이중 월세인 2세대를 제외한 5세대는 총 8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실정이다. B씨는 향납읍에 또다른 다세대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나라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보상해주지만, 이는 전세보증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이라며 "나쁜 사람들이 더 잘 산다는 말을 실감했다. 현재 B씨는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이후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진을 본인 SNS에 올리는 등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씨는 그동안 사용하던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 등 잠적한 상태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경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는 등 전세사기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임차인들에게 불리한 정황이 많다"며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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