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측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들의 고통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현장은 복구 없이 방치돼 참사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2024년 6월 24일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로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피해 유가족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수많은 작업자가 숨지거나 다쳤고, 사고 이후 산업안전 관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됐다.
22일 찾은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내 아리셀 공장은 1년 전 화마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방치돼 있었다. 건물의 외벽과 지붕은 모두 무너졌고, 철근 구조물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내부는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 듯 정적이 흐르고, 사고 전 직원들이 사용했던 농구대와 물품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추모 리본만이 그날의 비극을 말없이 전하고 있었다.
화재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인근 주민 A씨는 "큰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공장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사고 이후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정에서는 "나는 단순 투자자"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아들인 박중언 본부장에게 책임을 돌리는가 하면, 박 본부장은 화재 원인이 사망자에게 있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는 경찰 조사에서 불량 전지가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인 미상'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유가족들은 그간 사측의 진심 어린 사과나 직접적인 보상 조치 없이 사건이 덮이려는 분위기에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
유가족 측 관계자는 "사고 직후 대책위를 꾸리고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 앞에서 농성도 했지만, 사측은 보상 대신 처벌불원서를 요구하는 등 참담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 관계자는 "유가족들은 억울하게 숨진 가족을 위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싸우고 있다"며 "박순관 대표는 책임 있는 사과와 피해 보상,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