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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구절로 유명한 영국 역사학자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오늘날에도 꾸준히 읽히는 고전이다.
역사에 기록된 사실은 모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史實이 아니며 역사가에 의해 선택되고 해석된다는 것, 역사는 이성에 따라 진보하며 올바른 역사 연구로 사회 진보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 등등 책 속에 함축된 카의 관점들이 사회 변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카의 기념비적 저작물인 '역사란 무엇인가?’의 발간 40주년을 기념해 런던에서 열린 학술회의의 결과물 '굿바이 E. H. 카'(푸른역사 刊)가 최근 문화사학회 번역으로 나왔다.
영국 런던대학교 역사연구소장인 데이비드 캐너다인의 책은 카의 역사관을 21세기에 새롭게 정립할지 혹은 보완, 해체되어야 할지 그 해답을 얻기 위해 모인 심포지엄 참가자들의 열기와 논쟁들을 담았다.
저자는 최근 역사 연구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역사란 무엇인가?’를 재해석하고 해체하면서 21세기 역사학의 방향을 모색한다.
이유는 1990년대 들어 동구권 현실 사회주의가 연달아 붕괴되고 포스트모던 사회로 접어들면서 초래된 거대이론과 목적론과 같은 기존 서구 역사학의 지배적인 단일 지향점이 상실돼 카의 주장처럼 과학적 방법으로 역사의 진보를 증명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한동안 역사학자들이 회의와 좌절을 느끼는 등 역사학의 위기가 초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학의 죽음을 예언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역사학은 붕괴되지 않고 현재에도 건재하다는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전에는 역사 연구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던 많은 부분들이 새로 역사학의 영역에 편입되고 기존 주제들에 대해서 새로운 접근 방식들이 시도됐기 때문이다.
역사학에 위기를 불러오고 동시에 그 위기를 극복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은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역사가 문학의 한 형태가 되어야 하고 역사가들이 객관적 사실의 전달자가 아닌 픽션의 창조자가 될 것을 강조한 포스트모더니즘의 공세 속에서 역사가들은 과학적 객관성이라는 벽을 허물고 문화사를 비롯해 인간의 정체성, 의식, 심성 등을 역사학의 연구 대상으로 새롭게 도입했다.
역사가들은 집단보다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인간 개개인의 모습을 드러내는 한편 비합리적이고 기이한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카와 다른 방식으로 역사학을 서술하기 시작했다.
특히 젠더나 인종, 종교, 성적 취향에 근거한 새로운 형태의 갈등이 현안으로 대두된 오늘날, 이들 갈등을 해결할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게 된 것도 역사학자들이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게 된 배경이다.
현재 역사학자들에게 카가 제시한 과학적 역사학 이론은 40년 전에는 탁월했지만 현재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는 적절치 않다."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라는 카의 언표 속에 담긴 대화란 지식, 권력 관계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대화에 불과하며 그가 누누이 강조한 진보 역시 서구 중심적 산업화와 지식의 팽창을 의미할 뿐이어서 포스트모던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해체해야 할 또 하나의 지식, 권력 담론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역사가들에게 카와 그의 역사학이 폐기 처분될 대상은 결코 아니다.
역사가란 단순히 사료에서 얻은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자신의 견해와 해석을 덧붙이는 존재라는 점을 늘상 강조한 사람은 다름 아닌 카였기 때문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를 재조명하는 것으로 시작된 책은 사회, 정치, 종교, 문화, 젠더, 지성, 제국 등 7개 분야로 구분해 전문가들이 각각 해당하는 역사를 보여주며 에필로그로 '오늘날 역사란 무엇인가?'를 취급한다.
33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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