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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처럼 우리에게 가까운 나라는 없다. 적어도 우리 현대사는 미국을 빼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좋든 싫든 미국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돼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이기도 한다.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구석이 많다고나 할까.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험지를 받아놓고선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나라가 미국이 아닐까.”
현재 중앙일보 경제부 차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정경민이 1년 동안 한가족 네 식구가 직접 차를 운전해가며 북미대륙 46개주 10만 4천 킬로미터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기록한 여행기를 펴냈다.
'미국 누비'(필맥 刊)는 잘 닦인 고속도로에서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로, 가장 번화한 도시에서 역사 이전의 원주민 지역까지 안내하는 여행기인 동시에 미국과 미국인들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지리를 담은 인문사회서다.
지은이의 말대로 오늘날 우리에게 미국은 바로 지근거리에 있는 중국이나 일본만큼 가까운 나라다. 하지만 어릴 적 파란 눈의 외국인이라면 모조리 미국인으로 여기고, 영어 공부에 학업의 전부를 걸 만큼 가깝고 잘 안다고 생각해온 미국에 대한 우리의 실제 지식은 얼마나 될까?
필자는 가깝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국을 여행이라는 가장 친근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중부 도시 컬럼비아를 출발점으로 한 여정은 동남부, 서남부, 동북부, 서북부로 향한 네 번의 여행과 중앙에 위치한 여행 등 모두 다섯 번의 여행으로 이뤄졌다.
그는 가족과 함께 자동차로 무작정 떠난 여행이지만, 발길이 닿은 장소와 관련된 역사적, 사회적 사실들을 꼼꼼하게 추적한다.
광활한 대륙을 내달리며 여행자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압도당하고,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중심이 된 대도시들과 거미줄 같은 도로망을 건설한 미국의 개척정신에 감탄한다.
동부의 아카디아국립공원에서는 부자들의 사유지였던 곳이 국립공원으로 탈바꿈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면서 기부문화로 대표되는 미국인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소개한다.
또 만화와 과학이 꿈꾸는 세상을 현실로 재현한 도시 올랜도와 케네디 우주센터를 돌아보며 아이들에게 좀더 현실성있는 과학의 꿈을 심어주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필자는 빛의 이면에 존재한 미국의 어두운 역사에도 시선을 보낸다.
개척자의 위대함이 빛나는 곳에 어김없이 새겨진 피정복자의 슬픈 자취를 기록하는가 하편 뉴멕시코와 텍사스, 캘리포니아 주의 여러 도시의 지명이 상징하듯 미국인들에게 불법으로 졸지에 땅을 빼앗긴 멕시코인의 뼈아픈 과거를 상기시킨다.
또 뉴올리언스에서는 영국에 패한 뒤 살던 곳을 버리고 미시시피 하구까지 숨어들어간 케이전과 흑인노예들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고, 특히 러시모어 국립기념물과 크레이지 호스 상이 있는 사우스다코타 주의 블랙힐스에서는 백인에게 호의를 보이고도 끝내 배반당한 원주민들의 슬픈 역사를 보여준다.
여행기 형식으로 담아낸 책이지만 균형잡힌 관점으로 미국과 미국인들의 참모습을 풀어낸 지은이의 시각이 참신하다.
351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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