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분기 마이너스(-0.2%)를 기록한 뒤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 전환이 예상되며, 이는 단순한 기술적 반등을 넘어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에 짓눌려온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3~0.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 집행, 소비쿠폰 지급, 수출 회복이 맞물리며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수 진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개입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도 이 기회를 활용해 “경제가 살아난다”는 메시지를 낼 채비를 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현실감 없는 수사로 들렸겠지만, 최근 소비·외식·여행 등 민간 수요 회복은 체감이 가능한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 역시 반등세에 접어들며, 숫자와 체감이 나란히 개선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금이 바닥이라는 확신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여전히 약 2%포인트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인하한 뒤 추가 조정을 유보하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성급한 인하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다시 2%대 후반을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한풀 꺾인 상황이다.
외부 리스크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상호관세’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 위험 요소다.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엔 민감한 사안이다. 금융시장은 이미 이를 경계하고 있다. 이럴수록 한국은행과 정부는 메시지를 조율하고 정책 신호를 정교하게 다듬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재정 정책만 놓고 보면, 정부는 비교적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다. 일회성 현금 지원보다는 소비 심리 회복과 내수 진작에 방점을 찍었다. 정책 효과의 시점을 분산하며 수요를 유도한 전략이 나름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정책의 방향성과 타이밍 모두 일정 부분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것은 단기 수치가 아니라 장기적 흐름이다. GDP가 0.5% 반등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이 흐름이 지속될 수 있느냐는 신뢰다. 통화정책 또한 단순한 인하 여부보다 그 결정의 논리성과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다. 재정 정책 역시 방향성과 일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반짝 효과에 그치기 쉽다.
경제는 숫자보다 기대에 민감하다. 기대는 곧 심리이고, 심리는 경제의 방향을 바꾼다. 지금은 불안을 증폭시키기보다 기대와 신뢰를 설계해야 할 때다. 회복의 징후가 보이는 시점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내놓는 메시지는 단순한 설명을 넘어 국민의 체감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회복하고 있다’는 인식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선 정책 시그널의 일관성과 명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는 2분기 GDP 수치는 착시가 아닌 전환의 서막이 될 수 있다. 그 숫자가 증명하는 건 반등 그 자체보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아닌 조심스러운 낙관이다. 이 균형 잡힌 자신감이야말로, 침체의 터널 끝을 밝히는 첫 불빛이 될 것이다.
[ 경기신문 = 문지현 경제부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