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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10년간 미국과의 갈등 관계가 지속되면서 북한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상징하듯 미국인들이 가장 증오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많은 미국인들은 북한을 비정상적인 독재자가 통치하는 비밀경찰 국가이며 핵과 생화학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이를 운반할 미사일 운반수단까지 갖춘 위험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반세기 전에 발생한 남북한 전쟁 이후 우리사회의 다수 국민들에게도 북한은 이해할 수 없는, 여전히 위험한 사회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냉전시기에 고착된 천편일률적인 북한사회에 대한 인식은 그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들에 대해 위험한 딱지를 덧씌워 경원시함으로써 우리 현대사에 대한 몰이해를 강요해 왔다.
하지만 오랜 이데올로기적 대립의 시기를 경과한 뒤 새로운 관점으로 북한사회를 바라보게 하는 연구성과물들이 나오면서 선입견과 오해로 가득찬 북한사회에 대한 인식을 교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보유 선언 이후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지지부진한 시점에서 북미 간 뿌리깊은 갈등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한 책 '김정일 코드'(남성욱 역, 따뜻한손 刊)를 최근 펴낸 브루스 커밍스 교수(노스웨스턴대 정치학과)의 공은 누구보다 크다.
그는 지난 80년대 중반, 한국정치 상황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기초로 삼은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저서를 통해 단순히 북한의 적화침략이라는 선제공격에 초점을 맞췄던 종래 전통주의적 견해와 달리 해방 전후의 전쟁의 발발원인과 성격을 수정주의적 관점으로 분석함으로써 한국전쟁의 인식에 새로운 지평을 연 학자다.
'북한, 또다른 나라'를 원제로 한 이 책에서도 커밍스는 북핵으로 표상되는 북미 양자 간 갈등의 근원이 우리가 기억하는 것 보다 훨씬 오래된, 지금은 누구도 기억하려하지 않는 한국전쟁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화력을 경험했고 지금도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는 북한 당국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매달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
가령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맥아더 장군이 핵탄두를 제거한 원자폭탄을 평양 인근에 떨어뜨려 원폭투하 연습을 하고 전쟁 당시 미국이 북한 지역에 100만 갤런의 네이팜탄을 투하해 20여 곳의 도시를 완전 초토화시키는 등 전쟁으로 인한 상흔이 말할 수 없이 컸다고 설명한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침략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정당했을 수 있지만 미군의 전쟁 수행방식은 가혹하다고 할 정도로 범죄행위였으며 이후 북한은 미국에 대해 끊임없는 분노와 불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결국 현재의 핵을 둘러싼 북미간의 대치상황은 반세기가 넘게 지속된 양자 간의 강한 적대감에 비롯된 것이며 지난 10년간의 핵문제로 인한 갈등은 단지 계속해서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벼드는 'cat-and mouse diplomacy'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 재발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한반도에서 북미관계의 근본적인 재정립을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김대중, 클린턴, 김정일에 의해 도출된 2001년 이전의 상태로 조속히 귀환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그가 보기에 미국이 진정으로 북미 간의 갈등구조를 해소하려면 우선 북한당국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서문 말미에서 "최근 몇 년간의 행태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이 과연 자신들의 독자적인 경험의 폭을 초월해 다른 세계(북한)와 공존할 수 있을 것인지 확신이 안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미국은 그들의 의사대로 움직이지 않는 세계와 더불어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권고한다.
335쪽, 1만4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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