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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사랑의 인술"

인간은 누구나 병에 걸릴 수 있고 다칠 수 있다. 살아가면서 가장 서러울 때가 아픈 곳을 치료 받지 못할 때라고 한다. 더구나 낮선 타향에서 몸이 아프면 그보다 더 서러울 때가 또 있겠는가?
김포시 관내에는 5천여개에 이르는 중소기업이 있고 여기에는 약 2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 체류자들이다.
김포시 보건소(소장 백정혜)는 이들을 위해 월1회 특별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그것도 외국인근로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그들의 일이 끝나는 토요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동안 진료를 실시한다.
8년전부터 관내 의사회, 약사회, 한의사회, 치과의사회 등이 개별적으로 실시해 왔던 자원 봉사를 올해부터 보건소를 중심으로 ‘김포시 의료자원봉사단’을 발족, 통합적으로 봉사를 실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선 보건소는 토요일 업무 시간 후에 정형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치과, 한방진료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봉사에 나선 관내 의사들은 환자들이 편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질병에 따라 전문의의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약사회에서는 의사의 처방과 환자의 증상에 따라 투약을 결정하여 약을 제공한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마음 편하게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김포외국인근로자의 대부로 불리는 이경재 목사가 이들을 실어 나르고 통역을 위해 별도로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며 이들을 안내하기 위해 보건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토요일 오후를 반납한 채 일일 안내자 및 간호사로 활동해 의료진을 보좌한다.
보건소 직원들의 봉사는 철저히 개인의사에 따라 결정된다. 자유롭게 봉사 신청을 하게하고 스스로 한달에 한번 자의에 의해 봉사하다보니 그 표정들이 밝고 명랑하다.
이경재 목사와 S원장의 대화를 잠시 인용해 보자.
“원장님, 스리랑카 아지트 있잖습니까? 얼마전에도 전화가 왔는데 자기 손 치료해준 원장님께 감사한다며 안부를 전하던데요.”
“아하, 아지트요? 그 친구 저한테 고맙다며 코끼리 조각상을 선물하더라구요. 그 나라에서는 코끼리를 아주 귀하게 여긴다면서…”
봉사에 참여한 의사, 약사, 한의사, 치과의사, 보건소 직원, 통역자 등은 한결 같이 쾌활하고 정성껏 외국인근로자를 진료했고 그들은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검거가 강화 되면서 그들이 잡혀갈 것을 두려워해 몸이 아파도 참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김포시 양촌면에서 30여명의 불법체류자가 잡혀갔다는 사실과 어느어느 곳에서는 무료 검진 중 백차가 실어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극도의 불안감에 휩쌓여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포시 보건소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불법체류자가 문제인 것은 틀림 없지만 그들이 이 땅에 함께하는 한 인도적 차원에서 그들을 보듬어 치료해주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에이즈 등 전염병 환자를 발견,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그런데 그들을 진료하는 곳에서 잡아간다면 그들은 더욱 지하로 숨을 것이고 그만큼 우리시민의 보건도 위협 받게 되는 만큼 적어도 의료현장이나 종교행사 중에는 절대로 체포하는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포보건소 외국인근로자 무료검진 현장을 취재하고 나오면서 약사회 봉사자를 찾아갔다. 이곳에는 연세 지긋한 약사분이 계셨다.
올해 나이 72세인 전정옥(여) 약사는 3년전 여의도에서 운영하던 약국일을 그만둔 후 봉사활동에 뛰어 들어 지금은 고정 약사로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검진 날이면 보건소로 달려와 손자뻘인 젊은 약사들과 함께 봉사에 임하고 있었다.
보건소를 나서자 활짝 웃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얼굴과 손짓 몸짓 등으로 언어를 주고 받으며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관계자들의 활기찬 모습이 떠올라 봄 밤을 비추는 반달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고 옮기는 걸음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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