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명목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 3000억 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깨졌다.
16일 대법원 1부 서경환 대법관은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다시 보냈다. 하지만 위자료 액수 20억 원에 대해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 기각했다.
대법원은 2심서 인정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 금전 지원은 재산분할에 있어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없다고 봤다. 2심 위자료에 관한 판결은 최 회장의 상고를 기각, 20억 원 지급이 확정된 바 있다.
재판부는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가 원고(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노태우가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심이 노태우발 금전 지원을 피고(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한 것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줬다"며 원심판결 중 재산분할 청구 관련 부분을 파기 환송했다.
지난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지난해 5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어 분할액이 20배(665억 원-> 1조 3808억 원)로 뛴 것이다.
지금의 SK 그룹이 되기까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는 판단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에 대한 판단도 중요했다. 2심 재판부는 비자금 300억 원이 최종현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선대회장의 기존 자산과 함께 당시 선경(SK)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봤다.
최 회장 측은 300억 원의 전달 시기나 방식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작년 7월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1년 3개월이 소요된 심리 끝에 2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다시 내려 보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지난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다. 지난 2015년 최 회장은 언론을 통해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면서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렸다.
최 회장은 지난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지난 2018년 2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노 관장은 지난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 경기신문 = 방승민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