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7.3℃
  • 구름조금강릉 31.5℃
  • 흐림서울 28.2℃
  • 구름조금대전 27.4℃
  • 구름조금대구 27.9℃
  • 맑음울산 26.9℃
  • 맑음광주 27.2℃
  • 맑음부산 27.5℃
  • 맑음고창 27.1℃
  • 구름많음제주 28.0℃
  • 구름많음강화 26.9℃
  • 맑음보은 25.9℃
  • 맑음금산 26.0℃
  • 구름조금강진군 26.2℃
  • 맑음경주시 26.1℃
  • 구름조금거제 27.4℃
기상청 제공

"버려진 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

 

요즘 과천 에어드리공원에 가면 조금은 낯선 예술 작품을 만난다.
버려진 가구들을 조각조각 붙여 전시한 듯한 이 물건은 미술세계의 문외한 눈엔 하나의 작품이라기보다 얌체 같은 어느 주민이 몰래 버린 쓰레기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에코페미니즘’를 ‘하이브리드(혼성)’기법으로 극명하게 표출한 이색 작품이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 착취한 결과 나타나는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상실을 작품세계를 통해 고발해온 윤현옥(47) 작가가 내놓은 회심작이다.
소재라곤 최근 재건축으로 집단 이주한 주민들이 버리고 간 가구들이 전부다.
장롱, 바둑판, 기념품, 양산, 접시, 깨진 접시, 화장도구, 서랍장 등등이 실리콘을 이용, 덕지덕지 붙여 놓은 두 작품은 일반적인 통념과 개념을 뛰어넘어 파란 잔디 위에 서 있다.
‘이주기념비- 버려진 삶의 파편들 제자리 찾기’란 다소 긴 타이틀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의도를 엿보게 한다.
전시장 옆 과천정보과학도서관 1층 대합실에서 지난 25일 그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주부의 분위기가 풍기는 그가 어떻게 그 같은 울림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첫 만남에서 느껴졌다.
“이번 전시회는 기록적 의미가 짙습니다. 개개인이 지난 20년 이상 간직했고 손때가 묻은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지요”
홍익대와 동 대학원 미술대학 서양학과 졸업 후 1994년 독일 슈투트가르트(Sttutgart) 국립예술대학 대학원을 거쳐 현재 청주대와 용인대, 서울 애니메이션센터, 부림문화의 집 강사와 스톤앤워터 교육연구센터 실장 등 하루 일과가 바쁘게 돌아간다.
윤씨가 ‘에코페미니즘’에 빠져든 것은 6∼7년 전.
“아마도 모든 사물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본성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야에 빠져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2000년부터 시작한 재건축 아파트 시리즈는 이번이 세 번째다.
텅 빈 둔촌동 아파트를 빌려 개최한 ‘자연으로 돌아가자’와 ‘잠실 재건축 프로젝트 2002’로 잠실에선 지금처럼 재활용품, 버려진 이불, 페트병, 옷, 싱크대, 창문 등 버리고 간 물건들로 기획전을 열었다.
실제 그는 주공 11단지 재건축으로 최근 딴 곳에 보금자리를 새로 틀었다.
“7월16일까지 장소를 빌렸지만 보통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묻어있다는 점에서 오래 보존해 그 때를 회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주인의 추억과 애환, 기쁨과 슬픔을 담고 있고 그런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버리는 인간 군상들의 마음까지 얹혀 있는 그의 작품을 청주대 예술대학 엄기홍 교수는 ‘아카이브’적 기념탑이라고 평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