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도 ‘엑스트라’가 있을까.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채 우승마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경주마가 바로 그들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 빰치는 조연연기로 각광을 받는 연예인이 있지만 이들 엑스트라는 어떤 스포트 라이트도 비쳐지지 않는다.
‘1등이 아니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이 냉혹하게 적용되는 게 경마세계다.
뜨거운 환호 속에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경주마는 뜨거운 환호가 기다리나 2등부터는 마방에서 쓸쓸히 눈물 젖은 당근을 씹어야하는 아픔만이 기다린다.
작년 한 해 경주당 평균 출주 두수가 10.6마리인 것을 감안, 하루 12개의 경주를 하는 동안 우승마를 제외한 115.2마리가 경마팬의 기억 속에 사라지는 비운을 맞는다.
미검마(未儉馬)를 제외하고 서울경마공원에 등록된 경주마는 총 1250두.
이 중 단 한 번도 우승을 못해본 경주마는 477두로 전체의 38.16%에 해당한다.
경주마의 세계에도 특정 말이 연승하는‘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출전만 했다하면 밥먹듯이 우승을 차지해 항상 인기 1순위에 오르는 경주마가 있는가 하면 50번 넘는 출전해도 우승 한번 못하는 만년 엑스트라도 있다.
대표적인 주인공이 ‘아라오라(암, 국5군, 6세)’로, 총 54전의 경주에 출전, 3착만 5번을 차지했을 뿐이다.
‘남달라(암, 국5군, 6세)’ 역시 52번의 경주에서 우승하고는 전혀 인연이 없는 경주마로 분류되고 있다.
이외 ‘대매봉(암, 국4군, 6세)’과 ‘시미미스(암, 외5군, 6세)’도 각각 44전과 42전 동안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한 꼴찌마다.
경마팬의 관심 밖에 밀린 채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듯 깜짝 입상으로 대박을 터트리는 날도 있다.
41전 동안 단 1승만 기록한 ‘신목(수, 국4군, 5세)’은 바로 이 1승으로 복승식 143.8배를 기록했고, 30전에서 우승을 한 번도 못한 ‘로고바이오닉(수, 외4군, 4세)’은 2착으로 쌍승식 179.6배를 터트리기도 했다.
마방 관계자들이 가장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지만 경주로에 들어서면 최선을 다하는 꼴찌마에게도 이제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