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경을 요구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자신도 타인을 존경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떤 사람도 수단이나 목적이 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만인 속의 인간적 존엄성을 인정하고 그 존엄성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칸트) 노동자들의 복지문제에 대해 권력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그들의 보호자라도 되는 양 거만하게 말한다. 노동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거만한 말투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모욕보다 더 모욕적이다. 노동자를 지극히 동정하는 듯한 그들의 말투 속에서, 원래 노동자에게 가난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자신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반드시 가난하고 비참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편견을 엿볼 수 있다. (헨리 조지) 민중에 대한 보호는 어느 시대에나 폭력에 대한 구실이었고, 군주제와 귀족제를 비롯한 특권층의 자기 정당화를 위한 구실이었다. 심지어 공화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이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고작해야 인간이 가축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 인간은 나중에 그 힘과 살코기를 이용하기 위해 가축을 보호할 뿐이다. (헨리 조지) 사람들은 소심하여 늘 자신을 비하하기만 한다. ‘나는 존재한다.…
검찰 개혁을 위한 민형배 의원의 결단을 두고 말이 많다.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검찰 정상화의 국회 입법 진행을 위해 탈당이라는 과감하고도 통 큰 선택이다. 개혁을 바라지 않는 이들은 꼼수, 무리수, 혹은 위장 탈당 등 각종 표현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반면 개혁을 원하는 이들은 얼마 남지 않는 국회 시간을 염두에 둔 결기 찬 결정으로 본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개혁은 늘 있었다. 대표적인 개혁인 종교개혁이나 미국 노예 해방운동을 보면, 전자는 당시 비리가 심했던 구교로부터 많은 희생 속에 기독교의 전면적 재구성을 통해 개신교가 등장한 과정이었고, 후자는 남북 간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 전쟁 형태로 진행되었다. 국내의 130여 년 전에 있었던 동학 농민운동 역시 당시 혁명에 가까운 사회 개혁 운동이었다. 혁명은 특정 분야의 부분적 개혁으로는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혁명은 사회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며, 혁명 주체가 대중의 응축된 개혁 요구에 상응하는 개혁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실패로 끝난다. 무혈 정권 교체를 이뤄냄으로써 광화문 촛불은 혁명성을 인정받았지만, 아쉽게도 새 정권은 촛불이 요구한 개혁을 하지 못했다. 혁명 정부답게 적
영화 공기살인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을 소재로 했다. 의사이자 주인공인 태훈은 아들의 급성 간질성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아내의 급사를 겪으면서 이 상황의 원인을 찾아보려 나선다. 유사한 증상을 겪는 환자들 사례를 살펴보던 그는 아들과 아내가 누웠던 침대 곁 가습기에 시선을 멈춘다. 태훈의 눈빛이 흔들린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유통되기 시작해서 2011년 판매 금지가 되기 전까지 17년간 43개 제품, 총 998만 개가 판매됐다. 당시 언론은 가습기를 정기적으로 소독해주어야 한다며 광고와 기사로 가습기 살균제를 소개하고 홍보했다. 제품을 사용한 사람은 4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 중 56만 명은 몸에 크고 작은 건강상의 피해를 경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7,685명이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1,751명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끝나지 않은 사회적 참사다. 정부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 제품을 걸러낼 검증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했다. 기업은 제품의 독성을 알면서 숨겼다. 이 사건을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그런데 언론의 관심은…
북한은 4월 13일 평양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준공식을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영상을 공개하였다.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 시 중대보도를 낭독했던 리춘히 방송원에게 배정된 주택에 김정은이 방문해서 주택 내부를 살펴보았다. 79세의 리춘히는 연신 기쁘고 행복한 모습을 보였고 김정은은 앞으로도 방송 활동을 잘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번에 준공된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는 북한이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평양 5만 세대 건설과는 별도로 북한 주요 부문 공로자들을 위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나서서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움직여 나가는 핵심 인물들에 대한 보상이자 지속적인 충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지역은 김일성이 ‘금수산 태양궁전’으로 70년대에 가기 이전까지 거주했던 사저인 ‘5호 댁’이 있던 부지로,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북한에게는 매우 상징적 장소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러한 ‘혁명사적지’를 보존하는 대신 과감하게 헐어서 현대식 강변 테라스 고급주택을 지어 충성심 강한 인물들에게 선사하였다. 김정은은 아마도 자신이 내세우는 ‘인민대중 제일주의’와 ‘애민정신’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만성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나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운동습관에 대해서 항상 질문하게 된다. “운동을 어떻게 하세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세요.?” 가 주 내용인 물음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말한다. “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요즘 바빠서 잘 못했어요.” 또는 “제가 운동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요.” 또는 “운동을 하고 싶은데 발, 또는 무릎이 아파서 못해요.”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또 해야 한다는 것도 아는데 바빠서 못했어요.라고 하는 분들의 경우는 이야기하다 보면 헬스장을 끊어놓고 가야 하는데 시간이 안돼서 못 갔다던지 등 특별히 시간을 내어서 하는 활동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을 싫어하는 분들의 경우도 그렇다. 운동이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는데 당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즐겁지 않다. 이런 경우들에서 절충안으로 나는 “특별한 운동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걷기만 하셔도 좋아요.”라고 말한다. “그래요?"라고 반문하며 걷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 분들이 꽤 많다. 걷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자신이 지금 고통받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자궁질환, 만성위장병, 두통, 불면에 치료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지 때로는 어떤 약보다 효과
지난 3·9 대선에서 이재명은 윤석열에게 졌고, 그 뒤로 예수가 광야에서 헤맨 날짜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충격은 가실 줄 모른다. 숱하게 많은 사람이 패닉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필자도 대선 끝난 뒤로 땅만 쳐다보며 걷는 중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는, 앞으로 닥쳐올 불우한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지금, 자기 책을 불사르라던 명나라 이탁오를 떠올린다. 명나라 말 복건성 천주부에서 태어난 탁오 이지가 쓴 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은 분서(焚書)다. 이 책에서 그는 유불선의 가르침은 똑같으며, 공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경전을 해석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자학자가 보기에 이런 사문난적이 없겠다. 결국 감옥에 갇혔고, 나이 76세에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한다. 그가 자기 책을 분서라 이름한 이유는 지금 같은 세상에서 내 생각이 받아들여질 리 없으니 태워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찌 분서 한 권뿐이랴. 그의 가슴에 가득 찬 생각이 모두 개인의 행복과 남녀평등 같은 시대를 뛰어넘는 것들이었다. 분서를 쓰지 않았어도 필시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시골 한의사에 불과한 자에게 무슨 대단한 식견이
동물적 생활을 보내는 사람에게 육체적 욕망의 만족이 행복인 것처럼, 자신의 영성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기부정은 바로 행복이다. 남에게 선을 행하는 사람은 선인이다. 만약 그가 선을 행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받는다면 그는 더욱더 선인이다. 나아가서 그가 선을 행한 상대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면 그는 최고의 선에 도달한 것이며, 그 선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가 그것을 계속함으로써 받는 고뇌의 증대뿐이다. 또 만약 그가 그것 때문에 죽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최고의 완성에 도달한 것이 된다. (라 브뤼에르)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 (예수) 아집은 영혼의 감옥이다. 감옥이 우리의 육체의 자유를 빼앗는 것처럼 아집은 반드시 우리의 행복을 빼앗는다. (류시 말로리)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비로소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것이다. 얼핏 이상하게 들릴지
시장과 시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예비 후보들의 문자가 넘쳐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외면받기 일쑤다. 국회의원·대통령 선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번 지방 선거도 이전처럼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치러질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의 막강한 힘을 감안하면 열기 없는 선거가 낯설 뿐 아니라 시민들이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기초자치단체는 시민들의 일상생활 그 자체를 관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통과 환경, 복지, 문화, 건축 등 눈 뜨면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건축 등 각종 인허가권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 권한이다. 지난 2011년 녹지 변경 권한 등을 기초정부로 이전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자체의 힘은 더욱 막강해졌다. 그런데 이 권한은 두 얼굴의 야누스다. 중앙의 권한을 지역으로 분산했다는 점에서는 민주주의의 진전임에 틀림없다. 구소련의 멸망 원인 중 하나로 중앙과 지역의 권한 분담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 비민주주의를 들곤 하는데 이런 점에서 지방자치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권한이 기초자치단체장의…
봄은 꽃의 축제이다. 약속하듯 일시에 피었다가 밤새 우수수 지고, 나뭇가지에는 파릇하게 새싹이 돋아난다. 죽고 사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계절, 4월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달이기도 하다. 교회에서는 이날에 감사예배를 드리고 계란이나 떡을 나눈다. 고향 북쪽은 어떠한가. 남쪽의 봄과는 의미가 다르다. 꽃의 축제가 아니라 수령의 탄생을 기념하는 4월의 봄 축제가 열린다. 모든 행사를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에 맞추어 진행한다. 국외 예술단을 초청해 예술축전 행사도 아주 크게 한다. 부모님 생신은 잊고 있어도 절대 잊어서는 아니되는 수령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평양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생필품이 부족한 시기 이날에 맞추어 교복이나 당과류를 공급받으면 수령의 은덕이라고 칭송했다. 지방도 이날에는 거리를 청결하게하고 울긋불긋 꽃장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다. 국가는 곧 수령이며 수령이 태어난 날을 ‘태양절’이라 한다. 그러니 4월은 곧 수령의 봄이며 죽은 자를 기억하고 부활하고자하는 봄이다. 전문가들은 이날에 맞추어 북쪽에서 미사일을 쏠 것이라 예측한다. 요즘은 참으로 걱정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인이 희생되고 수많은 피난민 행렬을 볼 때면 고향을
고뇌의 고귀함을 모르는 사람은 아직 이성적 생활, 즉 참된 인생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다. 밤의 어둠 속에 별이 보이듯, 고뇌 속에서만 인생의 의미가 보이는 법이다. (소로) 질병 수족을 잃는 것, 끔찍한 환멸, 재산의 상실, 사랑하는 이와 이별이니 하는 이 모든 것은 처음에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세월과 함께 그러한 상실 속에 숨어 있는 강인한 치유력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에머슨) 운명이라는 것 자체가 실제로 어떠한 것인가 하는 것보다도, 인간이 그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훔볼트) 작은 고통은 우리를 화나게 하지만, 커다란 고통은 우리를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게 한다. 금이 간 종은 탁한 소리를 내지만, 그것을 아예 두 동강 내버리면 다시 맑은 소리를 낸다. (리히테르) 혁명(革命)의 명은 곧 하늘의 말씀이다. 하늘 말씀이 곧 숨·목숨·생명이다. 말씀을 새롭게 한다 함은 숨을 고쳐 쉼, 새로 마심이다. 혁명이라면 사람 죽이고 불 놓고 정권을 빼앗아 쥐는 것으로만 알지만, 그것은 아주 껍데기 끄트머리만 보는 소리고, 즉 참뜻을 말하면 혁명이란 숨을 새로 쉬는 일, 즉 종교적 체험을 다시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