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쌀쌀해지면서 더 뜸해진 걸까. 어슬렁어슬렁 다가선 노인 한 분이 한참을 앉아 두리번거리다 떠난 자리. 빈 의자는 오래도록 혼자였지만 해가 지도록 아무도 찾지 않았다. 요즘 아파트 놀이터는 마치 그 빈 의자처럼 공허한 외로움으로 사치스런 우울증을 앓고 있다. 간혹 스치듯 지나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위안삼아 빈 그네를 바람에 흔들어보기도 하며 그 쓸쓸함을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 살아가는 데는 공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것도 미리 하는 공부가. 미리라는 말에 큰 의미를 둔 숱한 예비엄마들은 태아가 태동을 시작한 그날부터 음악, 동화, 영어 말을 들려주며 공부라는 것을 한다. 그렇게 태아도 공부를 시작한 터에 놀이터에서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그저 쪽잠 자듯 틈날 때, 학원 갈 때 잠시 지나치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놀이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없는 잘 꾸며진 아파트 놀이터를 보면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 저런 멋진 놀이터가 그때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에. 골목길이 유일한 놀이터였던 그 시절엔 돌멩이 몇 개, 막대기 한 두 개만 있어도 놀이가 가능했다. 공기놀이, 자치기, 구
새누리당의 ‘보수혁신 특별위원회’가 제안한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 안이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른 바 ‘퇴짜’를 맞았다. 이들이 제안한 내용을 보면, 2015년 국회의원 세비 동결, 불체포 특권 개선(영장실질심사 자진 출석 및 체포동의안 국회 제출 72시간 후 자연 가결),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적용(출석률에 따른 세비 조정), 독립적인 세비조정위원회 설치 추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제외한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국회 윤리특위 강화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로 선거구획정위원회 이전 등이다. 이런 제안들은 다 맞는 말일 뿐 아니라, 오히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측면에서 보더라도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 없이 이런 제안들이 받아들여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의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No”였다. 이들이 표면적으로 들고 나온 명분은 선거구 획정이나 세비 문제 같은 것은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혁신위에서 제안할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출판기념회 금지 문제 같은 것에 대해서는 마땅한 반대 명분 없이 그냥 반대만 하고 있
길을 길을 갔다 /김근 여자가 살을 파내고 나를 심는다 나는 아무 저항 없이 여자의 살에 뿌리를 내린다 내 실뿌리들이 혈관을 타고 여자의 온몸으로 뻗어 나간다 여자를 빨아먹고 나는 살찐다 언젠가 여자는 마른 생선처럼 앙상해질 것이다 옛날에도 그랬다 나는 커다란 종기처럼 여자에게서 자랐다 나라는 고름 주머니를 달고 여자가 길을길을 갔다 -시집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문학과지성사, 2014)에서 “옛날에도 그랬다”는 말이 귀에 솔깃합니다. 오래된 미래를 이야기하듯 시인은 우리의 근원으로 더 거슬러 갈 것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여자에게서 잉태되고 태어나고 길러졌기에 종기처럼, 고름처럼 살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시인은 숙주인 여성의 몸에 기생하는 에일리언 같군요. 영화 장면처럼 기괴하고 흉측한 우리 삶의 초상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자기 생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얼마나 많이 남의 삶을 무심코 혹은 일부러 침범하고 침탈하였나요. 여자가 이 오만하고 자기 중심적인 인간을 왜 끌어안고 꼬이고 꼬인 길을 나서야만 했을까 궁금합니다. ‘어머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우리 민족은 일찍부터 옷과 관(冠)을 반드시 갖추어 입던 예의민족이었다. 그 중에서도 관은 특히 남다르게 취급했다.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은 신분에 따라 다르고 그 종류만도 예복용과 일상용,의식용에 이르기까지 수 없이 많았다. 조선시대 임금만 하더라도 면류관(冕旒冠), 원유관(遠遊冠), 익선관(翼善冠) 등 의식용과 집무용, 일상용으로 쓰던 관모의 이름이 각각 달랐다. 그런가하면 선비들은 잠 잘때만 빼고 사모(紗帽) 갓(笠) 유건(儒巾) 평량자(平凉子) 전립(氈笠)등 가지가지의 관을 섰다. 평민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립 마미립 부죽립 죽직립 등 여러 가지 관을 이용했고 제사 때와 상중일 때는 굴건과 상립을 썼다. 사대부들은 집안에 있을 때에도 머리에 관을 썼다. 그리고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그중 자주 이용한 것이 말총으로 산(山)자 형태로 엮어 만든 정자관이다. 1·2단 혹은 3단으로된 이 관은 상위계층의 권위를 나타내는 대표적 관모다. 남자들뿐만이 아니다. 비록 모자 형태였지만 여자들도 족두리 아얌 너울 입모 등 경우와 계절에 따라 각각 다르게 착용했다. 그래서 그런지 근대 우리나라를 찾은 서양 사람들은 조선을 관(冠) 즉 ‘모
변별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아 ‘물수능’이라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또 수능오류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불신이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어 걱정이다. 지난해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오류를 교육당국이 공식 인정하고 피해 학생들을 전원 구제하기로 한 게 엊그제다. 법원 소송으로까지 번졌던 이 문제는 출제 오류가 있다고 서울고등법원이 판결함으로써 피해 학생들의 추가 합격 등 구제 가능 여부를 가리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과학탐구와 영어 문제에 정답 오류 시비가 일고 있다. 쉬운 수능에 변별력조차 잃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더니 정답 시비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오는 24일까지는 정확한 답을 밝히겠다고는 하지만 한 두 문제로 당락이 엇갈리게 된 상황에서 물수능, 정답 시비 등으로 대학입시 현장이 또다시 몸살을 앓게 될 전망이다. 이래저래 20년간 지속돼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심판대에 오르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출제위원인 대학교수와 검토위원인 고교 교사들조차 이제 수능 출제위원 차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초래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문제가 되고
주민등록법은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상시로 명확히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주민등록이 되어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자 그 지역 주민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며 주민등록법은 행정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30일 이상 거주 목적으로 관할 구역에 거주지를 가진 주민은 신고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신고의무자인 세대주나 기숙사 또는 숙소의 관리자, 거주민 등은 새 거주지 전입일부터 14일 이내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본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본보의 집중 취재에 의하면 도내 대학과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대기업들까지 주민등록법을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본보 17일자 1·3면). 본보 취재 결과 한 대학생은 수원 소재 대학의 기숙사에 4년째 살고 있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있으며, 모 대기업의 용인 기숙사에 생활하는 한 회사원도 여전히 자신의 고향에 자동차세를 내는가 하면 현재 살고 있는 지역 대표를 뽑는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도 생활지역의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들은 수원시민이나 용인시민이 아니라 ‘유령인’인 셈이다. 전입신고는 명확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2014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다짐을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두 장밖에 남지 않은 달력 앞에서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아쉬움과 후회스러움이 교차하기도 한다. 직장 창문 밖으로 보이는 물안개 자욱한 팔당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 구절의 시어(詩語) 저절로 떠오를 것 같은 착각을 느끼기에 충분한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고 감사할 줄 모르는 무정한 자신이 야속하기도 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삶이 멋진 삶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주어진 현실에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 본다. 클로버가 무수히 많은 풀밭을 지나칠 때면 우리는 네 잎 클로버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네 잎 클로버는 나폴레옹이 네 잎클로버를 보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총알이 빗겨갔고 이로 인해 행운을 나타내는 꽃말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 잎 클로버의 돌연변이종으로 찾아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세 잎 클로버는 일상에서의 행복을 뜻하지만 사람들은 매일 경험하는 행복은 모르는 체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이 자기에게 찾아오길 바란다. 이렇듯, 일상의 삶 속에서 행복한 것들이 도처
매년 경찰에 신고 되는 만 14~19세까지 가출 청소년의 수는 한국청소년 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 2009년 1만 5114명, 2010년 1만 9440명, 2011년 2만 434명, 2012년 1만 9421명, 2013년 2만 4753명으로, 예전에 비해 70%가량 그 수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청소년들이 가출을 하는 이유는 개인적·가정적·사회적·환경적 문제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부모의 이혼이나 학대 등 가정불화로 인한 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청소년 가출문제가 더욱 심각한 이유이다. 이는 현대사회가 점차 핵가족화 되고 맞벌이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가족이라는 결집력이 약해짐으로 인해 가정내 불화가 가출로 이어진다는 사실로 안타까운 우리사회의 현주소이다. 가출 청소년 수가 해마다 늘면서 이들 가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청소년 쉼터를 마련해 두고 있지만 이조차도 예산이나 시설이 부족해 효과적으로 가출 청소년을 선도하기엔 역부족이다. 대부분 가출 청소년들은 같은 또래나 처지의 연대의식 속에 집단을 이루는 일명 ‘가출팸’을 형성하여 길거리를 배회하며 아파트 옥상이나 지하철 계단 등
전에는 지능지수, IQ(Intelligence Quotient)가 높은 것이 제일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머리 좋은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 성적 높은 사람이 제일인 것으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학문이 발전하게 되면서 최근에 이르러 지능지수가 높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감성지수, EQ(Emotional Quotient)가 높은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머리 좋은 사람이 성공하고 행복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따뜻하고 훈훈한 사람이 성공하며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믿을만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능지수, IQ가 높은 것이 그 사람의 성공이나 행복에 기여하는 정도는 불과 20%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머지 80%는 감성지수, EQ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EQ는 1990년 예일대학의 피터 새로비(Peter Salovey) 교수가 EQ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 후 10년도 지나기 전에 세계적인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교육에 대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켜 오고 있다. 그런 변화의 대표적인 경우가 예일대학이 속한 시에서 일어난 변화의 경우이다. 그 시에는 중고등학생들의 마약, 가출, 교내폭력으로 도시가
오늘도 한 아주머니가 경찰서를 찾았다. 남편에게 오랫동안 가정폭력을 당해왔는데, 이제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다고 마지막 수단으로 경찰서를 찾은 것이다. 아주머니가 안타까워 좀 더 일찍 도움을 요청하시지 왜 이제야 오셨냐고 하니, “신고해서 남편 잡혀가면 벌금 나오잖아요..”라고 마지못해 대답한다. 가정폭력범에게 일반 형사범과 마찬가지로 벌금형이나 징역형이 과해지면 결국은 그 경제적인 부담이 피해자인 배우자에게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신고를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범죄에 대해서는 ‘가정보호사건’이라는 제도가 있다. 가정보호사건이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폭특례법)에 규정된 것으로 ‘피해자가 처벌의사는 없으나 재발 우려시 징역, 벌금 등의 형사제재가 아닌 사회봉사, 수강명령, 접근 제한, 치료위탁 등의 보호처분을 부과하는 것이다.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면 가해자에게 전과도 남지 않고, 폭력 성행을 교정할 수 있도록 사회봉사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가폭특례법이 그 제정 목적으로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을 위한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