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선생은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솔바람 소리(松聲), 시냇물 흐르는 소리(澗聲), 산새 지저귀는 소리(山禽聲), 풀벌레 우는 소리(野蟲聲), 학이 우는 소리(鶴聲), 거문고 뜯는 소리(琴聲), 바둑 돌 내려놓은 소리(碁子落聲), 비가 섬돌에 똑똑 떨어지는 소리(雨滴階聲), 하얀 눈이 창밖을 두드리는 소리(雪灑窓聲), 차 끓이는 소리(煎茶聲), 이런 소리야 말로 지극히 청아하고 맑은 소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리 말고 더 아름다운 소리가 있는데 讀書聲이다. 그 중에서도 자기 자식의 글 읽는 소리(子弟讀書聲)가 가장 듣기가 좋고 듣고 싶어하는 소리라고 적고 있다. 中國詩 가운데 ‘뉘 집의 아들일까?, 새벽까지 호롱불 아래서 책을 읽는 아이는?(孤村到曉猶燈火 知有人家夜讀書)’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송강가사에 ‘달빛 감상하고 꽃을 보는 것이 아무리 좋다고 하나 한 집안의 화목한 얼굴빛만 못하고, 가야금 타는 소리 바둑두는 소리가 아무리 좋다고 하나, 아이 글 읽는 소리만 같지 못하다’라는 내용이 있다. 다산 선생이 길을 가다 오두막집에서 흘 나오는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지은 시가 있다. ‘온 세상에 무슨 소리가 가장 맑을고, 눈 쌓인 깊은 산 속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전철의 풍경은 침묵 가운데 질서정연하다. 승객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나름대로 세상과 소통중이다. 전철의 움직이는 기계음 속으로 승객들은 빨려들어가 목적지까지 도달한다. 전철 안은 간혹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나 나이 드신 어르신께서 판매용 카트를 끌고 와선 물건들을 판매하곤 한다. 며칠 전 일이다. 남자 노인 분께서 허리보호대를 판매하려고 2호 칸에서 홍보하고 있었다. 제품은 허리보호대. 노인들 허리 건강에 좋은 허리보호대를 판매하고 있었으나 구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자 웬 할머니께서 사겠다고 신호를 보낸다. 5천원이라고 하니 그 할머니는 ‘좋은 제품인데 아주 싸네~’라며 ‘싸다’는 점에 방점을 찍어 엑센트를 힘주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승객들의 눈이 그곳으로 고정되었다. 나도 그쪽을 응시했다. 그러한 반응들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파는 사람이고 할머니는 사는 사람이었다. 2호 칸에서 할아버지는 5천 원짜리 허리보호대를 하나 팔았다. 그리고 3호 칸으로 넘어갔다. 옆으로 보니 그곳에서도 일장 연설 홍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좀 전에 물건을 산 할머니의 행동을 아무런 의
사람이 쉬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재충전에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하여, 또는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기 위하여 쉬는 것이라면, 쉼 그 자체도 여전히 또 다른 형태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 자체가 삶의 목적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일은 생존조건이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일은 생활수단만이 아니라 능력과 계급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은 많고 편하고 높은 소득을 가져올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고도성장과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장에서 우리는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일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경쟁사회에서 뒤지거나 자신이 무용지물이라는 자격지심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따르면 하느님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일곱 번째 날에 쉬었다고 합니다. 하느님은 일만하는 신이 아니라, 쉬기도 하는 신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쉼은 쉼 그 자체에 목적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 보다 더 많은 창조를 위해 쉰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왜 쉬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하느님이 쉬셨으니까! 쉼에는 목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마치 우리가 목적을 가지
휴가철을 맞아 전국 유명 해수욕장과 계곡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가족, 연인, 친구단위로 삼삼오오 모여든 피서객들은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넓은 바다와 백사장을 보며 피서지에서의 휴가를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인만큼 범죄 발생률도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심한 노출도 허용되는 피서지에서의 여성상대 성범죄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늦은 밤이나 새벽, 무더위에서 벗어나 파도소리와 함께 바다의 전경을 감상하기 위해 여성 혼자 해변을 걷는 일은 매우 로맨틱하지만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피서지에서의 밤은 음주와 가무가 이어지고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흥분으로 인해 쉽게 이성을 잃어버리곤 한다. 이로 인해 매년 여름 휴가철 피서지에서는 우발적인 여성상대 성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휴가를 즐기는 여성들은 불안에 떨게 된다. 몰래 여성을 촬영하는 것은, 성범죄자로 처벌받을 수 있다. 휴대폰 및 카메라 기능과 사용이 보편화 되어있는 만큼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 휴가철에는 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유념해야 할것이다. 성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항상 다수의 인원이 모여서 함께 이동하는 것이 좋다. 또 늦
숨쉬는 무덤 /박정만 무덤이 무덤을 불러서 무덤끼리 도란도란 숨어 사는 곳, 기쁨은 다 남의 것이 되고 슬픔만이 나의 차지, 꽃송이는 다 남의 것이 되고 떨어진 꽃잎만이 나의 차지, 낙화 속에 숨어 사는 한 올의 향내만이 나의 차지, 너 있는 곳을 찾아 헤매어도 실實은 너는 없고, 입 맞추며 입 맞추며 숨쉬는 무덤. - 박정만 시집 〈잠자는 돌/고려원〉 한수산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모진 고문에 고초를 겪다가 간경변으로 사망했다. 이 세상 모든 슬픔은 나의 차지라고, 세상은 숨 쉬는 무덤이니 기쁨은 다 남에게 주고 떠나겠다며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다. 향기 진동하는 떨어진 꽃잎들의 무덤은 하루살이의 삶과도 같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소중한 순간이라고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시의 행간에서 꽃향기가 묻어 나온다. /조길성 시인
19만9천원에 북경여행, 39만9천원에 동남아 여행... 신문광고와 텔레비전 홈쇼핑 여행 광고를 보면 ‘저게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정말로 그런 여행이 있다. 제주도나 울릉도 여행 경비보다 싼 가격에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 호텔에서 자고 관광지 입장료며 식사까지 제공한다는 게 믿기지 않겠지만 이런 여행상품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해외여행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이런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불평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많은 여행사들이 유명 관광지는 대충 지나치고 여행자가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관광상품점이나 프로그램 등 돈벌이가 되는 필수 옵션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패키지 단체 여행은 편리하고 싸다는 장점이 있다. 비행기 탑승과 현지 호텔 예약을 알아서 해주고 현지에서 버스나 기차를 갈아타지 않고 대절버스로 편히 다닐 수 있다. 식사와 관광지 입장까지 가이드가 알아서 해주므로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 현지 사고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저가의 패키지여행은 현지 필수옵션관광을 할 수밖에 없다.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의 이익이 없거나 극히 적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
학교폭력으로 즐겁고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 학교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선진외국 청소년과 비교할 수없는 많은 학습활동 때문에 학생들의 고통이 심각하다. 학교에서의 학습활동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터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각자의 적성과 취향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한다. 성장과정의 필요한 아름다운 공간기능과 더불어 보람된 생활이 이루어져야한다. 학교에서 학습과 생활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사명감 진작이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개발하기보다는 부모의 일방적인 학습활동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와의 진정한 대화를 통하여 미래의 진로를 생각하고 사랑과 인정을 키워가는 일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와의 대화를 단절하고 있어 문제이다. 특히 사춘기를 거치는 학생들의 예민한 감정과 정서를 고려하여 이해와 사랑으로 이들을 지도해 가야한다. 이에 부적응하거나 반발하여 일탈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학교폭력이 발생된다. 여름방학을 맞아서 수원 지방검찰청 검사들이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학
예나 지금이나 세금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인 것 같다. 책을 낼 때 마다 인세를 꼬박꼬박 바쳐야했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세상에서 분명한 것은 단 두 가지다. 하나는 죽음, 하나는 세금’이라 한탄했다. 아인슈타인도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소득세’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누구도 피해갈수 없는 것 또한 세금이다. 그리고 타당하든 아니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때문에 생활양식까지 바꿔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17세기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가 귀족들에게 수염을 자르라고 명했다. 쇄신을 위해 구습을 버리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거센 반발이 일었다. 오랜 풍습이자 러시아정교가 중시하는 수염을 깍으라 했기 때문이다. 황제는 명령이 먹혀들지 않자 세금이란 수단을 꺼내들었다. 계급에 따라 30~100루블씩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하나 둘 명령에 따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수염세다. 17세기 영국엔 창문세도 있었다. 당시 윌리엄 3세는 호화주택에 세금을 부과하는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처음엔 벽난로가 있느냐 없느냐로 호화 여부를 따졌으나 나중엔 창문 수를 기준으로 과세했다. 호화주택엔 창문도 많다는 데 착안한 일종의 재산세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집
최근 SBS 새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개그맨 이광수씨가 20대 후반의 카페 종업원 박수광역을 맡아 뚜렛증후군 연기를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광수씨 본인도 어릴적 실제 틱장애가 있었다고 고백함에 따라 틱장애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그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틱(Tic)은 갑작스럽고 빠르며, 반복적으로,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근육의 상동적인 움직임이나 소리를 말한다. 틱 증상은 운동틱과 음성틱으로 나뉘는데, 운동틱에는 눈 깜빡임, 눈알 움직임, 얼굴 찡그림, 머리 흔들기 같은 단순한 움직임부터 자신을 치거나, 갑자기 뛰어오르는 행동 같은 복합적인 운동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음성 틱 또한 기침으로 오해하기 쉬운 단순한 소리에서부터 킁킁거림, 가래 뱉는 소리, 그리고 ‘옳다’ ‘입닥쳐’ 등 상황과 전혀 관계없는 단어나 구절, 심한 경우 욕을 반복하기도 한다. 틱 장애 원인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심리적 요인으로 불안이 가장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신학기, 가정불화, 학업 등의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서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12개
홍시 /김정인 ‘우리 어메, 껍질 벗겨질까봐 겁나네’ 백발의 아들이 임종 앞둔 어미 홍시 껍질처럼 얇아진 손 쓰다듬는다 애비야……. 더 이상 매달릴 시간도 없는 숨, 가는 길 밝히는지 붉다 - 김정인 시집 〈누군가 잡았지 옷깃〉에서 임종을 앞두고 깡마른 어머니가 홍시처럼 탐스러울 수 있다니 대단하다. 비록 평생 자식들을 위해 허드렛일이나 하시다가 닳아빠진 손 거죽이지만 마지막 떠나시는 어머니의 손이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워 보였을까. 어머니를 향한 자식의 간절한 사랑이 돋보인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져도 혈육 간 피의 울림은 분리된 육신을 얼마든지 넘나든다. 그리하여 그 피의 흐름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