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을 버리는 즐거움 /조병완 룰루랄라 즐거이 양말을 버린다 걸어다닌 만큼 닳아진 양말 몸의 무게가 실린 만큼 얇아진 두께 뒤꿈치를 비치게 하고 발가락이 나올 구멍을 순순히 허락한다 세상과 만나면서 얇아지고 세상과 부대끼며 탄력이 빠진 양말은 낙관적이다 해진 양말을 쓰레기통에 던지면 훅 번지는 쾌감 양말은 나를 배반하지 않으므로 즐거이 양말을 버린다 그러나 우리 할머니 세대에는 모든 물자들이 부족해 양말 한 짝 버리는 것도 손을 벌벌 떨었을 것이다. 보릿고개라는 배곪음을 연중행사처럼 치르고 가을이 되면 거둬들인 곡식으로 그나마 허기를 면할 수 있는 손바닥 만한 농토가 전부인 그들의 삶…. 우리 할머니가 흐린 전등불 밑에서 필라멘트 끊어진 버릴 전구 끼워 양말을 깁던 풍경이 그려진다. 지금은 물자가 풍부하다. 아니 풍부한 것이 지나쳐 멀쩡한 것들도 그냥 내다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할머니세대부터 어머니세대를 거쳐 오는 동안 우리네 삶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풍족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시인은 우리 부모들의 절약 습관이 남아있는 듯 구멍이 나 발가락이 나올 때까지, ‘얇아지고 탄력이 빠’질 때까지 양말을 신는다.…
수년 전 이집트를 여행한 적이 있다. 카이로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데 도로 인근에 지붕 없는 집들이 대부분이라서 그 이유를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주택이 완성되면 취득세를 내야하는데 지붕 없이 미완성 건물에 살면 세금을 안 내도 되기 때문에 완공을 미루고 우선 들어가 산다고 답했다. 2층 건물의 경우 지붕이 없어도 1층에 살면 비가 거의 안 오는 이집트에서는 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세금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사례는 역사 속에서도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러시아의 표트르대제는 1712년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기면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일환으로 귀족들의 긴 수염을 깎도록 했다. 귀족들이 하느님 주신 수염을 깎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자, 표트르대제는 수염을 기르도록 하는 대신 수염세를 물리도록 했다. 그러자 너도나도 소중하게 가꿔온 수염을 깎아 버리기 시작했다. 의외로 빠르게 세금부과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1688년 명예혁명으로 왕이 된 윌리엄3세는 반란을 진압하느라 돈이 많이 필요하자 호화주택에 세금을 부과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처음에는 벽난로가 있느냐 없느냐로 호화주택 여부를 따졌으나 나중에는 창문수를 기준으로 과세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50만명을 돌파해 국내 인구 100명중 3명은 외국인이라고 한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사회’다. 미국은 과거 다문화사회를 가리켜 인간의 용광로(Melting pot)로 표현했다.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빗대 사용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샐러드 접시(Salad bowl)란 용어로 명칭이 바뀌었다. 샐러드 접시 안에 놓인 다양한 야채와 과일처럼 본연의 특성을 유지한 채 함께 어울리는 문화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다문화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편견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들이 받고 있는 상처는 가시적 차별과 암묵적 차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시적 차별은 의료적인 부분이다. 고용주는 노동자를 위해 산재보험을 넣어야 한다. 아쉽게도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곳에서는 노동자를 위한 보험가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례로 스리랑카에서 온 타냐(가명)씨는 공장에서 일하던 중 다리를 부상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타냐씨는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병원 진료비 부담으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평생 짊
매미는 여름을 상징하는 곤충이다. 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여름의 한복판이다. 매미는 왜 그렇게 치열하고 시끄럽게 울까? 7년여를 땅 속에서 지내다 겨우 7일 정도 세상 밖으로 나와 살다가 죽는 게 서러워서 그런 건 아닐까? 그리고 매미는 집도 없이 나무의 수액이나 이슬처럼 맑은 것만 먹고 살기 때문에, 예부터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청렴한 선비들의 덕을 지닌 곤충으로서 사랑받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임금과 관료들이 관청에 출근하여 공무를 볼 때 머리에 쓴 갓을 익선관이라고 불렀는데, ‘익선관’(翼蟬冠)의 익은 날개, 선은 매미, 관은 갓을 뜻하는 한자어로서 매미의 날개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 갓이라는 의미다. 조선시대에 임금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들이 매미처럼 청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매미의 날개 모양을 한 갓을 쓰고 일했다는 것이다. 배롱나무는 여름을 상징하는 나무다. 도심의 주택이나 빌딩의 정원수로 사랑받는 나무이기도 하지만, 여름 들판에서도 진분홍 꽃이 핀 배롱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배롱나무는 6월 말에서 7월 초의 한여름에 진분홍, 보라, 그리고 하얀색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붉은색 꽃이 100일가량 오래간다고 해서 백일홍
해마다 각 소방서에서는 연초에 소방통로확보지역 전수조사를 실시하며, 재래시장이나 상가 및 주택밀집지역에 소방통로 확보훈련을 실시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5분 이내 현장에 도착하는 것은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물적 피해나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고 화재초기 진압에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소방서에서 운영 중인 구급차도 뇌출혈환자, 심정지환자 등의 응급환자는 4~6분 이내 응급처치를 받아야만 정상으로 회복하거나 소생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소방방재청에서 화재와의 전쟁 원년으로 정한 2010년부터 전국 소방관서에서 소방통로를 위한 여러 시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현장도착률 통계를 통해 화재현장에 5분 이내 도착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교통환경 탓인지 소방차량에 대한 시민들의 양보의식도 점점 나빠지는 듯하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방방재청에서는 소방출동로 확보관련 법령개선과 불법 주·정차 등에 대한 단속강화 등 제도적 정착을 위해 노력 중이며 각 소방서에서도 주택 및 상가밀집지역, 아파트단지 등 취약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소방차량 길 터주기 홍보를 실시하는…
‘담배 진딧물’에는 ‘무당벌레’가 저승사자다. ‘토마토와 딸기’의 병충해에는 ‘굴파리롬벌’과 ‘칠레이리응애’가 저격수다. 자연계의 모든 생물은 이처럼 대체로 천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3세기쯤 문헌에서 새의 밀도 증가가 간접적으로 진딧물의 창궐을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로 새가 많아지면 진딧물을 없애는 무당벌레를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라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천적은 공격하는 상대를 전멸시킬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다만 무제한 번식을 막는 중요인자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다. 자연의 평형은 사실 이 때문에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지역에 침입한 동물이 천적이 없음으로 인해 번식이 너무 성행하고 또 천적의 감소로 해충이 크게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때 종(種)들 사이에 큰 재앙도 일어나며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기 일쑤다. 천적의 감소는 기존의 생태계나 그 일부를 파괴하는 등의 외부적 요인이 많다. 예를 들면 화산의 분화, 지진, 화재, 홍수, 귀화종의 침입, 식물의 병이나 해충의 발생, 인간 활동에 의한 파괴 등이다. 특히 개발에 의해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로 천적이 사라지고 그 상태에서 종의 번식이 이루어질 때 나타나는 부작용은 실로 엄청나다. 최근…
수원연초제조창은 1971년 준공 이래 40년 이상 수원시민과 애환을 함께 했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고급담배만을 생산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수원시민들의 고용창출에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2003년 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에 따라 KT&G로 사명이 바뀌면서 수원연초제조창의 생산시설이 아쉬움 속에 폐쇄됐다. 역사와 함께 사라지게 될 이 연초제조창 부지가 KT&G의 시민들을 외면한 처사로 10년 넘게 애물단지가 된 채 흉물이 되고 있다. 부지의 활용방안에 대해 수원시와 KT&G가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의 출입을 원천 봉쇄해 주민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지 내에 수원시가 시설 투자한 아마추어 야구장은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의 밑거름이라 할 수 있는 인근의 장안고 야구부에도 문을 열어 주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지활용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아 개발이익을 노리기 위해 수원시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상시 개방이 어렵다는 KT&G 측의 설명이지만 과거 각종 체육대회에서 시민들이 마음 놓고 뛰고 즐기던 수원연초제조창 운동장은 이제 추억이
광교신도시를 주민들은 ‘명품 신도시’라고 한다. 몇 가지 현안 사항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살기 좋은 곳이다. 주민들의 자부심을 더욱 북돋워주는 것은 호수공원이다. 광교호수공원의 전체 면적은 202만5천418㎡ 규모라고 하니 엄청난 크기이다. 일산 호수공원의 2배로서 국내 최대의 크기다. 원래 이곳에 있던 원천저수지와 신대 저수지를 사람 중심의 역동적·도시적·활동적이면서 자연생태 중심의 자연적·낭만적·생태적인 호수로 탈바꿈시켰다. 공원 내 1.6㎞의 수변 산책로, 물너미 등의 다양한 분수, 가족 캠핑장, 마당극장 등을 조성했다. 특히 구역별 특성화된 야간 경관 디자인조명을 설치해 봄부터 가을까지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광교호수공원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특히 밤에 더욱 진가를 느낄 수 있다. 광교호수공원은 밤에 야경을 잘해 놓아서 밤이라고 할지라도 어둡지 않고 오히려 밝다. 호수에 설치된 다리 위에 조명을 밝혀 놓아서 참으로 아름답다. 한 시민은 ‘광교호수공원의 밤의 야경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도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야경’이라고 말할 정도다. 따라서 광교호수공원이 개장하자마자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서 수원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 광교호수공원이 올해
수원역에는 인간을 성적 대상물로 간주해 상품처럼 전시하고 성매매 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성매매업소 집결지이다. 1960~1970년대 산업화의 궁핍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인신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여성의 인권이 유린된 현장으로, 모두가 불편해 하면서도 필요악이라며 외면한 곳, 성매매 알선업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를 가져다준 곳이다. 이처럼 한 번 형성된 성매매업소 집결지는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한국사회 성매매관련 정책 등을 고려할 때 성매매를 묵인·방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는 상권으로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2000년과 2002년 군산 성매매 집결지 화재참사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서야 여성들의 인권유린 실상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됐다. 이 법 제정과 함께 성매매업소는 사라지고 지역차원에서도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될 거란 기대를 가졌다. 한데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이 된 지금은 어떤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곳은 여전히 불야성이다. 단속은 찾아볼 수 없고 여전히 성업 중이니 시민들은 우리나라에 ‘공창제도&rsq